그 불쾌한 온도
여름이라 불쾌감 지수가 오르는 것인지, 요즘 예민해진 그녀는 짜증을 내는 일이 늘었다. 가뜩이나 최근엔 장마까지 끝나고 정말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말았으니까. 더위에 면역이 없는 그녀는 집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수백 번 내뱉는 중이었다.
"여름은 정말 불쾌해."
어릴 때부터 따뜻함에도 거부감이 가득했던 그녀였기에 여름이 싫었다. 물론 겨울의 계절감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겨울은 춥다는 핑계로 타인의 품에 파고드는 사람들이 싫었지만. 여름이 더 싫은 것은 어쩌다 부딪혀오는 사람의 높은 체온이었다. 습하고 끈적거리는 그런 체온.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그녀였기에 더욱 그랬다. 맞닿은 체온은 낯선 일이었으니까.
장마철 비좁은 우산 속에 들어와 비를 피하는 사람이 싫었고. 추운 겨울에 춥단 이유로 손을 덥석 잡아내던 그들이 싫었다. 맞닿은 온도가 뜨겁기보다야 불쾌하게 만든 그들이 미웠다.
"생각해서 뭐 좋을 게 있다고."
그녀가 여름을 좋아하던 때는 언제인가. 한 때는 그녀도 여름의 온기를 좋아했던 것도 같고. 그런 체온을 올리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던 때가 있던 것도 같고. 같이 쓰던 우산 밑에서 축축이 젖어들던 그의 어깨와. 차디 찬 그 손, 그녀에겐 너무도 차가웠던 그 손. 혼자가 된 후엔 느끼지 못했던 그 계절감이 사뭇 아팠는지도.
그녀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장마 끝났다더니, 아직인 거 아니야?"
창밖엔 끝났다던 장마가 내리고 있고. 그녀는 그런 비를 바라만 본다. 괜히 창을 열어 비를 맞는 것은 그런 이유였다. 뜨겁지 않은 은근한 접촉을 바라던 것. 집에서 보는 비는 그리 습하지도, 뜨겁지도 않으니까.
"미지근하네..."
무더운 여름 장맛비도 뜨뜻미지근한 온도를 남기고
그녀는 그럼 빗줄기를 손에 담아 비워낸다.
"난 여름이 싫어. 이 불쾌한 온도감이... 싫어."
미지근한 온도의 빗줄기는 그녀를 울리지 못한다. 이번 겨울은 시리게 추울 것이고. 다음 여름엔 또 끈적히 그녀의 손을 잡아대겠지. 그녀는 홀로 버틸 수 있는 여름을 기다리고 싶었다.
식어버린 빗줄기 아니면 뜨거운 빗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