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쳐가기
"올해 크리스마스는 수요일..."
그는 달력을 넘겼다. 절반쯤 겨우 넘어갔던 달력이지만. 기어코 몇 장을 더 넘겨내어 12월로 향했다. 달력에 수많은 별을 그리고 그날을 곱씹기를. 그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음을 달력에 남기지 않곤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그에겐 애인이 없다. 사람들은 애인이 없으면서 무슨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냐며 그를 조롱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크리스마스는 그런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었다.
성인이 된 후 그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샀다. 물론 입이 짧아 많이 먹질 못했고, 단 거는 질색하는 그였지만. 기어코 남을 케이크를 입에 넣기를 반복했다. 차라리 하얀 생크림 케이크였다면 더 많이 먹었을 것을. 달디 단 초콜릿 케이크를 사 아이 같은 초를 꽂아 기념을 했던 것은 우스웠다. 그도 초를 불기 전 한 번씩 헛웃음을 짓곤 했으니까.
"이제 돈을 버니까 케이크쯤은 살 수 있지."
연말 케이크를 벌써 홍보하고 있는 부지런한 가게가 있지 않을까 생각에 인터넷을 뒤적거렸고. 결국은 찾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고 이불에 털썩 누웠다.
"이번은 유독 시간이 안 가는구나."
어린 시절에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던 그였다. 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예쁜 옷을 입고 정답게 팔짱을 끼고 걷는 것이 보기 좋아서. 그의 집은 연말을 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는 그래도 상반된 거리의 풍경을 사랑하고 말았으니까.
하루는 그가 케이크를 사달라며 부모님을 졸랐다. 결국 작은 조각 케이크 한 조각도 입에 넣을 수 없었지만. 생일에도 못 먹던 케이크를 어떻게 사주겠냐는 그 말에 그는 순응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는 더 이상 케이크를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더 이상 유년기 때의 상반되었던 그 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챙기는 것은. 아직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직 제대로 초를 분 적이 없었으니까.
"이번 크리스마스가 마지막일까."
그는 크리스마스를 챙기고 싶지 않다. 의미 없이 지나가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겐 아직 지나치지 못한, 가을. 그래 가을의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