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워내는 온도

연말

by 유월

손을 꽉 쥐어봐, 네 손 안의 온기가 널 태우도록.

캐롤, 그리고 사랑이 가득한 거리. 넘치는 사람과, 온기. 겨울은 그런 계절이 아닌데도, 연말이라는 단어 하에 겨울은 따뜻함을 가진다.

겨울의 거리를 걷는 그녀는 얇은 옷차림이다. 두터운 패딩도, 그렇다고 겹겹이 쌓아 입은 옷도 아니고. 그저 여름에도 입을 수 있을 듯한 얇은 바지. 그리고 가을에도 옷깃을 여밀 얇은 코트. 사람들 주위를 지나다니면 온기가 가득한데. 그녀만은 한기가 가득한 그런 차림새.
겨울엔 도통 잘 나가질 않던 그녀라 따뜻한 옷이 없던 것인지. 아니면 떠난 인연을 마주할까 두려움에 골랐던 옷인지 그녀 역시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저 손을 주머니에 넣어 거리를 걸을 뿐이고. 차게 식을 손을 빼지 못할 뿐이다. 빙판길엔 조금 주저할 뿐이고, 겁을 먹었지만.

때마침 눈이 내린다. 그녀는 큰 가방 속 양산을 급히 찾아든다. 사람들은 눈이 좋아 눈을 맞으며 웃음마저 흘리는데. 그녀만은 허겁지겁 우산을 펼쳐, 눈에 맞선다. 주머니 속에서도 시리게 아파오던 손은 눈발 아래서 무너지고. 손 끝의 감각은 무뎌진다. 그 차가운 손을 지키겠다고 후, 후 입김을 불어 보지만. 이미 식은 손은 온기를 안기지 못한다.

"시리게도 춥네."

그녀의 투덜거림은 멈추지 못하고. 갑자기 강하게 내리치는 눈에 그녀는 눈을 꽉 감아버린다. 눈발이 눈에 들어간 것만 같았고. 추위에 눈이라도 감아야겠다는 마음 탓인 것도 같았다. 그녀는 무심결에 우산을 꽉 쥐고 추운 바람에 눈을 흘겼고. 점차 거세진 바람에 손으로 우산을 꽉 쥐어냈다. 점차 우산을 잡았던 손이 욱신이게도 아파오고. 바람은 멈출 것 같지가 않아서. 이젠 손등마저 시리겠구나 떠올리던 그때, 그녀는 무심코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더 이상 손이 시렵지 못했고. 손은 아팠고. 홀로 걷는 길에서, 이 바람 부는 곳에서. 겨우 손이, 따뜻해질 줄은 몰라서. 그녀는 우산을 더 강하게 쥐었고. 자신의 체온을 느끼며, 눈을 흘기며. 집에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홀로 걷는 길 역시, 체온이 남는다는 걸. 그녀는 연말을 그렇게 보낼 것이다. 손을 세게 쥐어, 체온을 태우는 것. 스스로 달궈낼 그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