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기 - 6

Ep11

by 유월

'정신을 차려야지. 일하는 곳인데.'

나를 몇 번을 다독인다. 괜찮다고 다독여도 기분이 나아지진 않지만 나는 계속 괜찮다고 말해야 했다. 오래 자리를 비울수록 낙하산이니, 부장님의 취향이니 말이 많아질 것이 뻔했고. 나는 그걸 더욱이 견딜 자신이 없었다. 화장을 하지 않을 때는 찬 물에 얼굴을 몇 번이고 헹구어낼 수 있었을 텐데. 덕지덕지 올라간 화장 탓에 그러지도 못했다.
캡틴은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지만, 나는 결국 남의 도움이나 응원에 큰 힘을 얻지 못하는 듯했고. 남의 부정적인 평가에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구나 떠올렸다. 울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나는 겨우 화장실에서 벗어났다. 울지 않았다. 아니 조금도 멀쩡히 서있을 자신은 없었지만.

캡틴은 바쁜 와중에 내 안부를 챙긴다. 정아는 그런 모습을 눈꼴시리다는 듯 노려볼 뿐이고. 그 모습은 준에게도 거슬리는 모양새였다. 잔뜩 성을 내고 질투하는 눈빛. 나는 그 눈빛들에 구토를 할 것만 같았다. 이런 기분은 낯설지 않다. 3층에서 느끼는 고통이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빨리 뛰기 시작했고, 얼굴은 창백해지고 있었다. 캡틴도 내 표정을 본 것인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괜찮아요? 정말? 조퇴해도 괜찮아요. 제가 보면 되니까."
"아닙니다. 제 일인 걸요. 얼마 안 남았으니까 마무리하고 퇴근하겠습니다."
"정말 안 그래도 되는데... 알겠어요. 무리하지 말아요."

5층에선 곧 실직될 것이고. 나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긴 나약하다. 첫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 다음은 또 얼마나 어려울지.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나는 반드시 나를 증명해야 했다.

'정아에게 이 자리를 절대 뺏기지 않을 거야. 그런 더러운 소리에도... 무너지지 않을 거고.'

정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어쩌면 최선을 다했고. 정아를 배려해 왔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은 틀렸다. 내가 원치 않더라도, 정아는 나를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이고. 헛소문으로 나를 괴롭힐 사람이었다. 정아는 내 자리를 노리고 있다. 어쩌면 준의 여자친구인 것부터가 거슬리던 것일 수도 있고. 캡틴이 챙겨주는 사람이라는 것이 문제였을 수도 있고. 부장님이 뽑은 초짜 바리스타라는 점이 정아를 화나게 한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참는 건 자신 없어.'

나는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내 자리를 지켜 인정받을 것이다. 정아에게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두터운 화장에 눈물자국은 흉이 될 뿐이고.

'그래, 정아가 그리 질투하는 사람들... 그래, 그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의 증명이야.'

나는 겁이 많다. 정아를 이길 자신도, 이 상황도. 당장 준과의 관계도 해결하지 못한 나였기에 두려움이 가득한 것도 사실이지만. 더 이상 무너질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친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해내야 해.'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