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아, 네......"
"잠시만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내 앞으로 준이 다가왔다. 숨을 거칠게 헐떡이며.
"그, 그거... 제가, 할게요. 그거 아직 세척도 안 된 것 같아서. 세척실에 먼저 전해주고. 다시... 제가 닦아서 오겠습니다."
급하게 뛰어온 것인지 준은 숨을 가쁘게 고르고 있었고. 정아가 내려놓은 수저통을 바로 손에 쥐었다. 놀란 내가 정아와 준을 번갈아 바라보자 묘한 정적이 흘렀다. 정아는 준을 빤히 바라보았고. 준은 수저통을 들고 자리를 빠르게 벗어나려 애를 썼다.
"제가, 할게요. 제가... 그러니까 두 분은 다른 업무 보세요. 바쁘니까."
준을 바라보자, 준은 시선을 피하며 빠르게 사라진다. 정아는 표정이 구겨진 채로 나를 주시할 뿐이고. 나는 다시금 아이스크림 정리 기구를 손에 꽉 쥔다.
"그럼 저도... 이제 제 업무 하면 될 것 같아서. 정아님도 포지션가시면 될 것 같아요."
"하, 웃기네 진짜."
"준이도 바쁘면, 제가 닦을게요. 바리 업무라고 생각하고."
"적당히 해. 짜증 나니까."
정아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자리를 이탈했고. 나는 기구를 손에 쥔 채로 대충 고개를 숙였다. 묘한 기분이 날 감쌌다.
'그래, 분노는... 이거 정리하면서 쓰면 되는 거니까.'
멀어지는 준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세척실로 달려가는 준의 모습, 그리고 성내며 뒤돌아선 정아의 모습은 꽤나 대조적이었고. 나는 묵묵히 내 업무를 해낸다.
'그래, 할 수 있어. 지금까지 버텼는데.'
-
한 통, 한 통 채워나가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채운 뒤에도 일은 끝나지 않았지만. 그 더러운 수저를 다시 닦는 일은 없었다. 준은 정말 그 수저를 세척실에서 받아온 뒤 열탕소독까지 마쳐 배분을 해냈고. 나 역시 바빠진 탓에 다른 업무를 신경 쓰지 못한 탓이었다. 그 안도감에 어쩌면 팔은 아프지 않은 것만 같았고. 왠지 모를 통쾌함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또한, 브레이크 타임을 앞두곤 정아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빨리 나가서 쉬어야 한소리 안 듣겠지. 서둘러야겠다.'
시간에 맞춰 정리를 끝내고 앞치마를 벗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 무슨 일이세요?"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디저트부에 새로 들어온 직원분이었다.
"아, 이거 오버쿡 된 건데. 좋아하실 것 같아서... 따로 챙겨둔 건데."
"네?"
"그러니까... 이게 드리려고... 준비한 거라. 휴게 때 드세요. 저는 많이 먹어서."
"네, 네... 아 감사합니다. 저는 드릴 게 없는데."
"저희는 비슷한 부서잖아요. 안 주셔도 당연히 괜찮아요. 디저트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네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정아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디저트를 챙겨 서둘러 밖으로 나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진짜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달달한 디저트는, 꼭 오늘을 위로해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