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아래 홀로 쓴 양산
봄마다 돌아오는, 개화의 시기는 늦춰지는 법은 있어도. 오지 않는 법이 없었고. 나는 매번 이르게 양산을 쓰고 봄길을 걸었던 것만 같았다. 어쩌면 꽃망울도 피지 않은 이른 시기에.
"유난이지, 꽃이 뭔 대수라는 건지."
"넌 감성이 없어. 봄에 왜 그리 야박하게 구냐?"
"금방 져버릴 꽃을 간직하는 게 더 우스운 일이야."
"애인한테 꽃 선물을 받으면 넌 바로 쓰레기통에 넣을 것 같아."
"... 비약이야."
하기야 벚꽃은 오래 피지도 않는다. 꽃망울은 그리 오래 간직하곤. 막상 꽃이 피곤 비가 오기 시작해 금세 떨어지기 마련이고. 눈에 담는 것만큼이나 아름답지도 못하니까. 가장 아름다운 것은 벚꽃인데도 사람들은 제각기 분홍빛 옷을 입고 뽐내는 것에 시샘이 났던 것이고.
"해도 안 떴는데 무슨 양산."
"이러다 나도 피어버릴까 봐."
봄은 너무나도 들뜨는 계절이다. 원치 않는 두근거림은 사치스러움이고. 어쩌면 설렘에 여름 준비가 늦을 수도 있겠지.
"이젠 지겨워. 벚꽃이, 나는."
"네가 두려워 벚꽃이 져가는 것뿐이야."
한 때는 벚꽃을 기다리던 사랑하던 이가 있었고. 한 번도 그와 벚꽃을 맞이한 적이 없었고. 금세 져버릴 벚꽃 따위 필요 없다며 나를 위로한 적이 있었고. 난 더위에 약하다며 양산을 피고 걸었을 뿐이고. 너는 햇빛을 맞아야 한다며 같이 양산을 쓰고 걷지 않음이다.
"벚꽃이 지면 좋겠어."
어쩌면 벚꽃이 피지 않으면 좋겠어. 벚꽃이 필 때마다 지키지 못한 약속이 져갈 뿐이고. 나는 달아오르는 온도에 상처받을 뿐이고. 벚꽃이 지는 순간에는 좌절하고 말겠지.
꽃 선물을 받은 적이 있던가.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세상에 가득한 꽃 선물에도, 너의 빈 손에 난 슬퍼하지 않았던가. 네가 내게 꽃을 안겨준대도 친구의 비약처럼, 그 꽃을 소중히 다루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벚꽃이..."
괜찮다. 벚꽃은 질 테고, 나는 여전히 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