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왈츠

걸음 그리고 걸음

by 유월

너에게 발을 맞추어 걸었어. 어긋난 그 걸음은 꼭 왈츠와도 같았거든.

겨울이었다, 너랑 처음 입을 맞춘 것은. 차가운 겨울의 냉기 앞. 사랑으로 뜨겁게 사이를 달군 것은 우리의 이야기였다. 네 손은 크고 차가웠고, 내 손은 작고 따뜻했으니 우리는 제법 어울리는 연인이 아니겠느나며 손을 꽉 붙들어 잡았다. 걸음걸이는 불안정한데, 너를 잡아 괜찮았던 그 길.

발걸음, 한 걸음 너와 걷는 길은 나에게 꽤나 따스했으니. 원래도 체온이 높은 나지만 난 너와 함께해서 더욱 따뜻했었다.

그래도 겨울인가, 그리고 쓸쓸히 차게 돌아선 너를 바라보는 그날은. 아 우리는 겨울에 만났지 생각하게 한 일이었고. 네 찬 손이 그리도 한기가 드는 날이었다.

"놓지 마, 가지 마."

"......"

"가지 마, 제발..."

네 손이 차가워서. 말도 차갑게 나올까 말을 줄인 건가. 너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아서. 우리의 어긋난 걸음이 나를 가슴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 정말 이딴 결말이 우리의 끝인가. 그 뜨거운 걸음은 정말 한 줌도 내가 가질 수 없는지. 나는 그 답답함에 가끔 네가 미워지기도 했다.

난 네가 너무 차가워 따뜻한 말 한마디 보내지 못했다. 그렇지 않겠니. 겨울은 그리도 손이 시린데. 차가운 네 손 없이도. 그 따뜻한 손을 가진 나도 시림을 견딜 수가 있어야 말이지. 홀로 빼둔 그 손이 얼마나 따스해서 네게 연락을 보낼 수 있었겠어. 그렇다고 이 차가운 겨울에, 네가 나에게 연락을 보낸다는 건. 너무나도 모순적이잖아.
여러 갈무리 끝에 나는 폰을 잡았다. 네 손보다도 찬 그 차가운 납덩어리. 이제 연락 한 통 오지 않는 휴대폰은 그저 차가운 고철덩어리일 뿐이다. 사랑하는 겨울에야 과열되고 뜨겁기라도 했을 텐데. 우린 끝이잖아.

따뜻한 날씨에 비가 오던 그 겨울, 오다만 눈과 비가 섞여 더럽게도 질척이던 그 겨울. 난 너를 원망 끝에 따스히 남겨두었는데. 네가 내게 연락을 보냈던 그 겨울. 나는 아직 그 연락을 기억한다. 나는 그 온도를 어떻게 느꼈더라. 미지근했던가? 한기 속 뜨거워져 화상을 입었던가? 온도조차 기억 못 하고. 너를 만나러 얇디얇은 옷들로 나를 묶어댄 그날. 춥게 입은 옷들 탓인지. 내 손이 차가워진 그날. 너는 내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미안해."

"..."

"자신이 없었어. 너와 함께 하는 게."

"무슨 말을 해야 해?"

"난 그냥 너와 함께 하고 싶은데. 어려울까?"

너는 내 손을 붙들고 울먹였다. 후회한다고 미안하다고. 네가 내 손을 잡아 흔들 때마다 내 감정도 흔들려서. 발걸음이 꼬이니 우리의 걸음은 꽤나 춤추는 사람의 걸음과도 같았는지. 네 손이 내 손보다 따스한 것이 날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손이 따뜻하네."

"네 손은.... 왜"

"차가웠던 네 손이... 이제야 따뜻하네."

얇디얇은 옷, 그리고 차가워진 나. 함께 걷는 걸음. 흔들리지 않으니 발걸음 맞춰 걷는 우리 둘. 뜨거운 손, 흔들리는 너의 눈. 아 이게 우리의 왈츠구나. 우습다, 우스워. 이런 게 고작 왈츠라니.

"발걸음이 같다. 우린 항상 어긋났는데."

너는 또 대답 없이, 불안하게 나를 바라본다. 그래 난 항상 바라왔었는데. 뜨거운 걸음, 불온전한 걸음 속 잡은 네 손. 것봐, 이제는 제대로 걷는데 이리도 차가운 걸음이잖아.

우리의 걸음이 온전히 맞닿는다. 난 뜨거운 네 손을 차게 만든다. 네 큰 손이 이리도 작게 느껴졌었나.

우리는 왈츠를 춘다. 이게 마지막 왈츠겠지. 올해 겨울은 시리게도 뜨겁구나.

너와 어긋난 걸음을 내딛는다. 그 걸음은 꽤나 왈츠와도 같았어. 노래는 멈추고, 조용한 걸음, 그리고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