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길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본가에서 자취방으로 올라가는 길이면 빨라봐야 8시, 9시 남짓. 자취방에 짐을 들여다 놓는 단 이유로 양손 가득 무거운 짐.
겁 많고, 체구 작은 나는. 매주 날 사랑하는 사람과 그 길을 같이 걸었다.
그는 어두운 길이라며, 무거운 짐이라며. 그 길을 같이 걸었다. 그도 퇴근길에 지쳤을 텐데. 걱정이란 이유로 그 길을 같이 걸었다. 짐이 없는 날에도 내 자취방 길이 너무 어둡다며 매번 길을 같이 걸었었다.
이젠 떠난 그를 뒤로하고, 어두운 밤길을 홀로 걷는데. 무거운 짐 따위가 날 슬프게 만든 것도 아니고. 유독 어두운 밤길이 날 두렵게 만든 것도 아닌데.
나는 괜히 손이 무거워. 홀로 걷는 길이 새삼 너무 넓어서. 고개를 떨구고 걷다가 이내 떠올렸다.
그 말은 사랑해란 말이구나. 그 걱정은 사랑이었구나.
직접 단어로 듣지 않고는 몰랐던 그 사랑이 너무 아려서...
그와 함께 걷던 때에 홀로 걷는 길이 두려웠던 것은,
나의 맘도 사랑이었구나. 홀로 걸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홀로 걷게 될 것이 두려웠구나.
난 그가 떠남이 두려웠구나.
그게 사랑이었구나. 그 맘도. 그 말도 사랑해란 말이구나 하는 생각에.
두 번 다시 사랑 못한다. 이내 못한다 드는 확신에.
바뀐 계절감에 괜히 낯부끄러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말은 사랑해란 말이었어.'
'그 말은 사랑해란 말이었어.' 되뇌기
직접 듣지 않고는 알 수 없던 내가 원망스러워서.
그 길 끝, 홀로 남은 내가 너무 두려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