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완성된 문장 그리고 미완의 무언가

by 유월

'죽는다는 건,' SCT 검사의 항목이었다. 문장 완성 검사였는데. 나는 그렇게 작성해 내었다.
'반드시 후회가 남을 일, 누구보다 가장 살고 싶을 사람들이 겁 없이 택하는 것. 행복한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것에서 우울증과 비슷한 맥락.' 작성할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자살로 죽음을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이 많아졌다.
상담을 인계하며 다시금 나의 정서적 어려움과 고통을 나타내야 했는데. 나한테는 이게 참 어려운 일이었다.
문장 완성 검사에는 부모님과 관련된 항목이 많다. 아버지에 대한 생각, 어머니에 대한 생각. 글을 쓰는 것도 빠른 편인데 왜인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도 배운 내용이니까 이런 답변을 적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대충 예상이 갔다.
이렇게 하면 또 거짓말이고 저렇게 하면 문제 많은 애가 되겠구나. 거짓말을 적을 순 없어서 오래 고심 끝 제출해 내었다. 이어진 MMPI 검사들도 다 동일했지만.
몇 차례 상담을 이어가고 또 받았음에도, 나는 평균의 사람이 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상담을 받다 보면 '아시겠지만'이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그렇지, 난 전공을 배우며 더 우울함에 빠지기도 했다. 아 이런 건 다 나의 이야기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들었고. 그러면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낙인이 두려웠다. 내가 정말 어떤 병을 얻는다는 것이.
우울과 불안이 심했음에도,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은 것. 약물 치료를 거부한 것 그것은 낙인 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심리학과인데 정신병이 있다는 게 말이 되나? 남들이 우습게 보는 건 아닐까? 동기들 중 상담을 받는 사람이 있음을 아는데도 내 일에는 그게 쉽지 않았다. 그냥 내가 '어떤 사람'으로 규정되는 것이 두려웠다.

첫 대학 상담을 받을 때에 조심스레 '신경증'의 가능성이 있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두근거림. 온몸이 검게 물드는 그 기분... 나는 그 많은 것들을 배우고도, 인정하지 못했다.

바뀐 상담사분이 내게 무엇이 바뀌고 싶냐고 물으셨지만, 나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어떠한 것도 바꿀 능력 없는 무기력한 인간이니까. 그저 하루에 안주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내일이 두려워도, 변화가 두려운. 공허한 나. 미완의 감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