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걸쇠를 걸었나
우리가 만나기로 한 것은, 화요일이었고. 오늘은 고작 금요일인데, 너는 왜 빗장을 걸었나.
비는 그쳤는데, 너는 걸쇠를 걸어 잠근다. 소나기 어쩌면 장마. 나는 장마라고 부를 텐데. 너는 소나기라고 부를 이 날씨. 네 젖고 싶지 않다는 다짐처럼 두려움에 떨었을 그 빗줄기. 한 번도 비에 젖지 않은 사람처럼 왜 그리 두려워하는 것인지. 나는 젖는 것 따위 두렵지 않았는데. 너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말리면 그만일 그 젖음이 그리 겁이 났는지.
장마철이 지났으니 그럴 필요 없다고 네게 전하고 싶었다. 그리 흠뻑 젖을 걱정 따위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나갈 빗줄기를 의식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미 그친 비를 위해 빗장을 거는 일은, 사실 누구보다 의식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되물어보고 싶었다. 불필요한 이 모든 순간을, 너도 의식하고 있던 것은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소나기에 너도 젖었나. 나는 고작 장마에 조금 젖었을 뿐인데. 난 두렵지 않았는데. 난 고작 젖어 물기를 만들었는데, 너는 고작 빗장을 채우는 것이 우스웠다.
나는 사실 그 빗장을 확인할 마음조차, 비를 내릴 존심조차 없었는데도. 너는 앞서 나를 떠난다 생각했다. 나마저 다 젖을까 두려운 건 아니었는지.
왜 문을 걸어 잠갔나 너는, 잠시 내릴 소나기엔 젖을 것도 없는데. 무엇이 그리 겁이 났을까.
오늘은 고작 금요일인데, 너는 왜 빗장을 걸었나. 왜 내게 알리지 못하고 빗장을 걸었나 너는. 장마가 되어 내릴 소나기가 두려웠나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