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를 닮고 싶었을지도
사랑 끝, 바로 던져낸 반지 한쪽은 사랑을 담지 못하니까. 더 이상 닳아 없어질 일도 없으니까. 고물상의 은반지가 되었을 뿐이다.
반지를 빼는 것이 낯설었던 그 손가락, 나에게 원래 반지가 없었음을 미처 몰랐다. 너무 당연해 잊어버린 일이었겠지만.
겁 없이 널 사랑이라 부르던 날이 있었지. 네 이름이 특별하던 날이 있었다. 우리는 다르다며 사랑을 믿고 싶은 날들이 있었다. 널, 그리고 날 사랑한 날들이 있었다.
네게 마음 사려 애쓴 모든 것은 허상이 되고. 우리의 이야기도 진부한 그저 그런 이야기였음을 아는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었지만. 너의 이름이 특별하지 않음을 알았을 땐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사랑이 아니라 믿었다. 네 이름은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으니, 사랑이 아니다. 널 떠올림에 미련이 없으니 아픔이 아니다. 받은 애정이 없으니, 이 떠올림은 미련이 아니고. 너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기에.
그래, 생각해 보면 또 그저 그런 사랑은 아니었어. 사랑이 아니었기에. 사랑하지 않으니까, 결국 떠났겠지만.
나는 늘 혼자였기에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도 같았다. 평생 너를 담지 못해, 끝내 닮지 못할 반지를 빼낸 것도 같았다. 어쩌면 너의 무심함을 닮고 싶었을지도.
무심히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너의 이름은 사랑이 아니었어.
아프지 않아서, 사랑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