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당신 대신

공허한 술 잔

by 유월

당신은 더 이상 나를 찾지 않아요. 질릴 때로 질린 탓인지. 사랑하지 않냐고 질책한 탓인지. 애초에 기약된 이별이었는지 미처 대답하진 못하지만.
나는 당신 대신 사랑을 찾는다 답하지만. 매번 솔직하진 못해요. 공허한 사랑이 답을 줄리 없잖아요. 사랑해란 말에 대상조차 없다는 게 웃기잖아요. 그래서 누군가 날 좋대도, 웃어넘기곤 해요. 사랑은 비워진 뒤 채워 넣는 것인데. 이미 찬 마음에 사랑을 넣는대도 그것이 사랑인 줄, 나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요. 당신 그렇듯, 나 역시 상처 주는 일은 질색이니까.

요즘엔, 술을 찾는 것도 같아요. 술을 잘하지 않는 나인데. 소주 한 잔 하지 않는 내가, 무슨 술이냐고 비웃겠지만. 가끔은 욱해서 독한 술을 마셔요. 굳이 취하지 않을 이유도 없을 테니까.
얼음이 잔에 부딪히는 소리로 건배를 해요. 잔을 부딪히는 날엔, 결국 당신 이야기를 나눌 테니까. 그냥 얼음 다 녹은 잔을 두고 올뿐이죠.

밤엔 가끔 당신을 찾아요, 워낙에 밤잠이 없던 나니까. 당연할지도 몰라요. 당신도 그런 날 알 텐데도.
가끔도 아니죠, 밤은 당신 대신 매일 날 찾아오니까.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