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준을 좀 불러줄래?"
"여친?"
사실 준의 친구들은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 다소 무례해 보였다. 오늘만 하더라도 날 위아래로 훑는 것 하며, 공격적인 말투가 그랬다. 준에게 친구들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준이 왜 계속 친하게 지내는지 모르겠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준은 잘생긴 외모는 아니었다. 나는 준의 외모만 보고 만난 것이 아니었기에 별 의식하지 않았는데. 준의 친구들은 그런 점을 조롱하고 들었다. 굉장히 무례한 말을 했음에도 준은 허허 웃고 말았다. 화를 내지 않는 준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사람의 매력을 눈으로만 판단하는 준의 친구들이 맘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준의 친구는 비아냥거리더니 교실 안으로 들어가 준을 불렀다. 그마저도 무례하기 그지없었다.
"야, 넌 여친을 오게 하냐? 니 여친은 좋은 대학 간다며? 미리 내조해야지 준아~ "
작게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에 미처 바로 화를 내지 못해 노려보고만 있자. 준은 또 허허 웃으며 교실 밖으로 나왔다. 난 답답함에 준을 툭 쳤지만, 준은 문제없단 표정이었다.
"아 나 괜찮아. 원래 장난기 많은 친구들이라"
"준아, 이건 무례하잖아."
친구는 다시 교실 밖을 나오더니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같은 대학 가거든, 얼굴 여전히 안 보는 것 같은데... 대학 가서 만날까 우리? 농담, 농담~"
"뭐라고?"
"농담이라고."
욱한 마음에 친구에게 따지고 들려하자 준이 날 제지해 나섰다.
"장난이라잖아. 그러지 마."
"성 준."
싸우려고 온 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욱하는 마음이 커진다. 이딴 무례한 말들을 왜 견디고 있는지 참을 수가 없었다. 준은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이 웃음을 지으며 친구를 보내주었다.
"괜찮아, 장난칠 수 있지."
"..."
나는 화가 나는데, 준은 그저 웃으며 이야기를 걸어올 뿐이었다. 주머니에선 주섬주섬 내가 좋아하는 간식들을 꺼내어 손에 쥐어주고 있었다.
"이거 좋아하는 거 사 왔어. 오늘 혼자 오느라 힘들었지. 어제는 내가 미안해."
"준아, 어제 일도 일인데... 이건 진짜 아니지. 너 친구가 너 무시하고 있잖아."
"그냥 좋게 넘어가자. 이제 곧 졸업인데. 얼마나 본다고."
"아니... 준아, 대학 가선 자기랑 만나자는데. 넌 친구 여친한테 그런 무례한 말을 해? 어제도 그래, 부장님이 종이 팍팍 밀치며 화난 티를 내시는데. 너도 이상하게 쳐다봤잖아."
준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답변해냈다.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런 준의 표정에 답답해 되려 화가 나기 시작했다.
"너는 왜 그런 거에 화를 내지 않아? 어제는 그래... 부장님이니까. 돈 벌어야 하고... 너랑 같이 일할수도 있으니까 그냥 넘어갔다고 쳐. 근데 오늘 같은 일은 따지고 들 수도 있는 건데..."
"... 어제는 나도 너가 답답하게 보였어"
"뭐라고?"
"그렇잖아... 5층 일은 쉬운 편이고. 너도 돈이 필요하다며. 내가 도와줄 수 있을 테고."
"그럼 너 말은? 너가 네 네하고 대답하라며."
"그 말은 미안해. 근데 그게 편하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 굳이 밉보여서 뭐가 좋다고."
준은 내뱉는 말 하나하나 나를 실망시키고 있었다. 졸지에 나는 가벼운 일 하나조차 못 넘기는 예민한 사람이 되어갔고. 준은 성숙한 어른인냥 굴고 있었다. 나는 답답함에 목이 턱 메었지만. 손에 든 간식들 탓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 결국 다 내가 예민하다는 거잖아. 그 친구의 무례한 말도, 부장님의 태도도 다 넘기지 못하는."
남자친구에게 간식도 받은 주제에 화를 전혀 풀지 못하는 나. 내가 나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 준아, 솔직히 난 공감 못 하겠는데. 너가 사회에서 선배라면 선배니까... 이번엔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게. 나는 있잖아. 너가 그렇게 무시 안 받으면 좋겠어. 나와 함께일 때 더더욱 안 그러면 좋겠고. 하교는 같이 하자. 근데 일단은 들어가 볼게."
"응, 내가 미안해. 더 신경 쓸게. 친구한텐 주의해 달라고 할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싫은 소리 하기 싫은 네가 무슨 이야기를 전할까. 전한대도 중요한 말은 하나 하지 못하고 웃으며 대충 전하겠지. 준을 뒤돌아서 교실에 돌아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학교도 작은 사회라고 하는 게 왜인지 알 것도 같고. 어제의 체기가 남은 것도 같았다.
준과의 교제사실을 아는 담임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그 애는 너와 갈길이 달라.'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무슨 대답을 했든, 지금은 쉽게 대답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잠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