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학생 - 1

Ep3

by 유월

"학교 가야지!"

학교 가는 날이면 주방의 소리에 눈을 떠 아침을 먹곤 했다. 엄마가 매일 밥을 차려주셨기 때문이었다. 주말에는 엄마도 늦잠을 주무시니까 늦은 점심으로 주말을 시작하곤 했는데. 저번주는 내가 출근을 했기에 그런 주말 풍경을 맞이할 수 없었다. 고작 이틀 출근했는데 학교 가는 게 이렇게 낯설다니 스스로도 어색함을 느꼈다.
식탁에 앉아 엄마가 만들어주신 계란말이를 우물우물 씹었다. 뷔페에서 먹던 계란초밥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밥을 먹으며 등교를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곤 했다. 학교는 걸어가려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다만 대부분은 걸어가는 걸 택했다. 돈을 아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달에 4만원, 주에 만원씩 교통비를 받는 게 나의 용돈이었다. 고등학생 치고 적은 돈이 아닌가 하겠지만 더 요구할 수 없음을 나는 잘 알았다. 그렇게 지내도 큰 문제없이 잘 살아왔으니까. 걸어가는 날에는 20분 정도 일찍 준비를 마치곤 했는데 오늘은 조금 늦장을 부렸다.

"얘는, 걸어가려면 빨리 나가야 한다며.'
"엄마, 저 어제 돈 벌었잖아요~ 오늘 버스..."
"준이가 데리러 안 온대?"

밥을 다 먹고도 계란말이가 남아 그것을 엄마 몰래 하나씩 먹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가 보시면 짜다고 한소리 하시겠지 하는 그런 가벼운 생각이었다. 차라리 여기서 엄마가 반찬만 먹으면 안 된다 타박을 하시는 게 나았을 텐데. 순간 멈칫하며 젓가락질을 멈췄다. 켁 소리를 내고 물을 꼴깍 마시니 엄마가 더 당황한 듯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셨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계란말이 한 점을 더 우물우물 먹고 나서야 겨우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엄마도 참. 준이 그렇게 맨날 할 일 없이 와서야 되겠어요?"
"그것도 그런데..."
"오늘 버스 타고 갑니다~"

계란말이를 마저 꼭꼭 씹고 양치를 하러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준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두고 싶었다. 아직까지 준에게 제대로 된 답장을 하지 못했다. 심통이 난 것도 같았다. '네'가 아닌 답을 하고 싶다는 그런 어린애다운 생각이었다.
양칫물을 뱉으러 거울 앞에 서니 어제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어제는 체해 모든 걸 게워낸, 어른스러운 척하는 사람 같았는데. 오늘은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꾸밀 줄 모르는 어린애처럼 보였다. 이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나다운 모습이었다.

교복 넥타이를 바로 하며 생각에 빠졌다. 사실 엄마가 말씀하셨듯이 학교 가는 길은 준이 함께했었다. 준은 꽤 거리가 먼데도 우리 집으로 날 데리러 와 같이 등굣길을 걸어줬다. 등교를 매일 같이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굣길만은 항상 데려다주는 준이었다. 아무래도 고집은 그만 부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하교는... 같이 해야겠다.'

주말 내 벌었던 돈 중 만 원짜리 한 장만 챙겨 집을 나섰다. 준을 만나면 떡볶이라도 사주며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
"일은 어땠어?"

가자마자 친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친구들도 아르바이트 면접조차 못 가고 떨어지기 일쑤였고. 내가 준을 통해 알바를 구한 것은 꽤나 화젯거리였다.

"그냥, 뭐... 어려운 건 없었는데. 좀..."
"좀? 무슨 일 있었어?"
"알바하는 사람들보단... 오히려 준이랑 좀 다퉜네."
"진짜? 준이랑 어쩌다가."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보단 준과의 이야기가 더 재밌게 들린 듯했다. 나도 준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바꿨다. 이게 학교라는 공간이었지. 어제 캡틴과의 대화랑은 정반대의 느낌이다. 어제 캡틴과의 대화는 통하지 않는데, 무언가 통하는 느낌이었다면. 오늘 친구들과의 대화는 통하는데, 본질은 통하지 않은 기분이었다. 결국 어제오늘 만족스러운 대화를 나누진 못한 것 같았다. 핸드폰이 울려 잠시 대화를 멈추어 알림을 확인했다. 역시나 준의 연락이었다.

- 어제 조금 몸살이 나서 데리러 못 갔어. 하교는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이 하교할래? -

친구들이 무슨 연락이냐고, 준의 연락이냐고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차마 싸운 내용을 자세히 말하긴 어려워 혼자 웃으며 대답했다.

"아 미안, 이야긴 나중에 자세히 해줄게. 답장하러 가야겠다."
"얼른 화해해! 둘은 진짜 결혼해야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나오는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준이 너무 좋아서 지은 웃음은 아니었고, 그저 헛웃음에 가까웠다. 준과 결혼이라니 그전에도 상상이 깊어진 적은 없었지만 오늘은 유독 쉽지 않은 상상이었다.

'글쎄, 준은 어떤 사람일까.'

대답보단 발이 빨라 그저 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대답보단 대면하는 게 나을 것도 같았다. 때론 표정이 좋은 대답이 되곤 하니까. 내 표정이 잘 상상되진 않았다. 다만 저번주의 나보단 좀 어른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