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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사곡 Mar 01. 2023

동네 목욕탕의 Happiness

매력이 있다니깐....

요즘 매주 일요일 아침 동네 목욕탕에 가는 루틴이 생겼다.

현재 한 달간 빠지지 않고 방문하고 있는데 모닝 사우나의 맛을 알아버려서 또 하나의 소소한 행복거리가 생겼다.

과거에 종종 목욕탕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곤 했었는데, 이때의 좋았던 기억이 30대가 되어 (이제 정말 아저씨가 된 것일까?....) 다시 스멀스멀 올라와 모닝 사우나를 다시 찾게 된 게 아닐까?


목욕탕을 그냥 목욕하러 간다고만 생각하면 너무 단순하고 심심하니깐 나름 그 안에서 의미 부여를 하기 시작했다. 그냥 그 자체를 즐기면 되지 나는 왜 이렇게 어떤 행동에 대해 좋은 것 나쁜 것을 굳이 생각하는 것인지... 이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면 그냥 가서 목욕하고 오면 되지 뭔 의미를 찾냐고 하며 이해를 못 한다ㅠ


첫 번째는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장착

보통 평일은 출근 때문에 강제적인 기상이 있지만, 주말은 평일의 힘듦을 보상받기 위해 보통 늦게 일어나고 싶은 게 평범한 직장인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다 10시에 일어나고, 좀만 더 미적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12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침대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그 결과 주말 오전은 삭제된다. 

소중한 주말 하루가 짧아진 느낌, 기분이 썩 좋지 않음이 하루종일 유지된다. 왠지 모를 억울함, 늦게 일어난 건 나인데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모닝 사우나를 즐기기 위해 오전 6시 반에 기상한다. 왜?? 아침 일찍 가야 사람도 없고 그만큼 물이 깨끗하니깐.... 추가로 즐기고 집에 오더라도 내가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도 안된다... 주말 하루를 길게 확보했다는 느낌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진다. 

대신에 아침부터 한 건 했고, 너무 나른한 나머지 다시 침대로 가서 누우면 안 된 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뭐가 많이 쓰여있다...

두 번째는 호기심 충족. 

옛날에는 나한테 딱 맞는 온도의 탕만 들어갔다 씻고 나오는 루틴이었는데, 이제 좀 크고 나서 가보니 여러 가지 온도의 탕들, 건식 사우나, 습식 사우나들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냉탕은 한 번 들어갔다가 다시는 안 들어갈 것 같고, 좀 많이 뜨거운 탕은 상체까지 담그기엔 아직 무리수였고, 습식 사우나는 꼭 물에 적신 수건을 가지고 들어가야 중간중간 버틸 수 있었고, 건식 사우나는 생각보다 그냥 뜨뜻한 방이라 제일 잘 맞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목욕탕을 가서 세신을 받아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도전해 볼 것 같다.


세 번째는 인내심.

특히 습식 사우나에 들어가서 느낄 수 있었는데, 사우나에 들어가면 보통 모래시계가 하나 비치되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모래시계를 리셋하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시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오히려 시간이 더 안 가는 것 같아 고통스럽기 때문에, 시계를 보지 않고 정면만 바라보고 다른 생각을 한다. 사실 여기 들어오면 그냥 뜨겁고 숨 막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지만, 최대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해서생각을 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중간중간 도저히 못 참겠다는 생각이 10번도 넘게 들지만, 이걸로도 나를 못 이기면 밖(일상생활)에서는 더 못 이길 거라는 생각에 오기로 버틴다. 어느 순간 위층 모래는 다 사라져 있고 그 이후로 딱 10초를 더 카운트하고 문을 열고 다시 나온다.

나왔을 때의 시원함과 정신 승리는 덤으로 성취감까지 같이 느낄 수 있다.


네 번째는 머릿속 정리.

목욕탕이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안성맞춤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의식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데 보통 한강 걷기로 나의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다. 

하지만 이번에 다른 대안을 하나 더 발견한 것이다.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고, 일주일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회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목욕탕에서 나온 후 바나나 우유는 "국룰"


목욕탕에 가서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하는 건 아닌가 싶지만, 내가 모든 일에 의미부여를 하고 거기서 오는 좋은 것들을 생각해 보려는 습관 때문에 이번에 목욕탕을 다니면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있다. 특히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먹는 바나나우유의 달달함이란.... 요즘 언어로 행복 그 잡채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한동안 목욕탕을 갈 수 없었지만, 다시 갈 수 있게 되면서 동네 목욕탕의 맛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온천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집 앞에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목욕탕이 하나 있다면 다시 한번쯤 가보는 건 어떨까? 

주말의 또 하나의 happiness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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