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정세청세)’는 2007년 인디고 서원에서 시작한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청소년 인문 토론 행사입니다. 당시 인디고 서원의 청소년들은 『희망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토론이 한창이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의 도시 빈민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시행한 ‘클레멘트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자기 삶을 성찰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인문학 공부를 통해 민주시민이 될 때, 빈곤의 대물림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여기에 영감을 받은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인문학 기획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였는데요. 치열한 경쟁과 가혹한 줄 세우기 앞에 놓인 대한민국 청소년이 함께 모여 세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 사유하며 자유롭게 소통하고 배울 수 있는 장을 만든다면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청소년 인문 토론의 장 ‘정세청세’가 탄생했습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정세청세는 전국 36개 지역에서 개최되어 2만 4천여 명에 달하는 청소년이 참여하며 청소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2019년 올해 정세청세의 대주제는 “삶이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도록”입니다. 올해는 총 6번의 정세청세가 열리게 되는데요. 그리고 그 첫 번째 정세청세를 지난 2019년 3월 30일에 진행하였습니다. 이날 참여한 15세 청소년 임찬우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찬우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가혹한 한국 교육의 현실 속에서 자발적으로 희망을 일구어가는 이 땅의 많은 청소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를 꿈꾸는 15살 청소년 임찬우라고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글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어린 시절 동화를 읽고 나면 눈앞에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지는 상상을 하며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언젠가 저도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평소엔 낮에 학교를 다녀와 녹초가 되곤 하지만, 밤이 되면 감성이 충만해져서 글을 씁니다. 친구들은 낮에 보는 저를 ‘낮찬우’, 밤에 글을 쓰는 저를 ‘밤찬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낮찬우는 밤찬우가 했던 말이나 쓴 글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내가 언제 정말 그런 말을 했어?”라고 되묻는데, 그것 때문에 종종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밤에 글을 쓴 이 글도 낮찬우는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올해 저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섭다는 중2입니다. 중2가 되면서 교실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순수한 감정이 살아있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것들이 메말라 버리는 느낌이랄까요. 친구들과 대화하면 조금이라도 진지한 이야기는 낄 새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도덕 시간에 운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친구가 “남자는 운전을 잘 해야지!”라고 말을 했는데요. 저는 그것이 편견이라 생각했고, “왜 남자여야만 하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주위에서 “그렇게 모든 것에 불만을 제기하면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 하는 날선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한 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구의 빙하가 녹고 있는 문제나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에이 설마, 저게 진짜라면 왜 우리는 모르는 건데?”, “됐어, 누군가는 해결하겠지.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잖아” 하는 대답을 듣습니다. 인간이 지구에 저지르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자신은 아무런 관계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는데 저는 여기에 항상 충격을 받습니다. 제 주위 친구들이 이토록 세계의 문제에 무관심해지는 모습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그런데 정세청세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말그대로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2019년 제1회 정세청세에 참여했습니다. 이날 정세청세는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아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미세먼지로 숨쉬는 것도 어려운 우리 환경과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죽어나는 생명들, 나아가 소수자의 인권 문제까지 우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평소에 잘 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토론에 참여한 친구들은 함께 슬퍼했고, 분노했으며, 서로의 의견에 공감했어요. 나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아주 뜨겁게 느낀 시간이었어요.
정세청세를 마치고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정세청세에 참여한 이후 제 가슴 속에는 새로운 꿈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조금 더 나은 세계로 향해갈 수 있다는 아주 커다란 희망이었지요.
학교는 어느덧 시험 기간에 돌입했습니다. 중2가 된 저는 시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합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저와 제 친구들은 감정과 웃음을 잃어버린 채 문제 푸는 기계가 되고 있습니다. 경쟁적으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을 때 자가 필요한 친구에게 자를 빌려주는 것조차 꺼려집니다. 시험은 나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푸른 하늘에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한껏 웃어 재꼈던 순수한 마음은 어느새 잿빛이 되었습니다. 활발하고 맑았던 눈동자들은 성적 관리와 현실의 까마득한 벽 앞에 빛을 잃어갑니다.
저는 정세청세에 모인 청소년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가슴속에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이 정의로운 세계인지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경쟁만이 허락된 학교 공간에서는 그 마음이 항상 억눌리고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저는 제 친구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고 토론할 기회를 나누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서로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따스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마침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생겼습니다. 올해부터 정세청세에서 ‘동아리 정세청세’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동아리 정세청세란 조금 더 많은 청소년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학교 공식 동아리를 만들어 친구들과 인문 토론의 장을 여는 것입니다. 저는 동아리 정세청세를 만들어 정세청세에서 배우고 느낀 눈빛을 우리 학교 친구들과도 나눌 것입니다. 동아리 정세청세를 통해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시대의 문제를 마음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에게 정세청세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희망을 꽃피우는 씨앗과도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뿐만 아니라, 누구든 원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초대하거나 아니면 제가 찾아가서 정세청세 소통의 장을 열고 싶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는 좋은 영상을 함께 보고, 토론하고 때론 영화도 보고 노래도 들으며 다양한 생각을 나눌 것입니다. 누군가는 너무 큰 꿈이라고, 혹은 그게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지만, 저는 진지합니다. 마음 깊이 감춰둔 동심과 순수한 감정을 꺼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기쁨을,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생각을 나누는 따뜻함을, 서로 둘러앉아 같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아름다운 순간을 진정으로 느꼈으면 합니다. 이것만으로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를, 누군가에겐 더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바로 그런 용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누군가가 있다면, 이 희망의 씨앗을 널리 널리 퍼뜨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동아리 정세청세를 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꼭 정세청세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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