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사과하라는 말에 그녀는 답이없다..그저 달릴뿐. 미안하다는 말이 그렇게 어려워?
답답할 노릇이다.
영어학원을 마치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같은 반 여자아이가 먼저 나온다.
엄마를 붙잡고 하소연하는 듯하는데, 자세히 듣다 보니
우리 아이의 이름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모든 내용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본인에게 화를 냈다는 내용이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가는 길 물어본다.
친구랑 다퉜니?
아니요?
질문을 받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니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겠으나
분명 그 여자아이는 우리 아이의 이름을 정확하게 말했고, 신기하게도 그 이름만은 내 귀에 와서 박혔다.
솔직히 말해도 돼~ 시유가 화냈다던데? 맞아?
아니요? 저 아닐걸요? 맥스일껄요?
기가 막힌다.
딱 잡아떼는 것도 모자라 다른 아이를?
이미 내 마음은 부글부글 요동친다.
시유야~ 분명 엄마가 들었어. 시유라는데?
엄마한테는 말해도 돼~
내가 화낸 거 아닌데 나한테 화냈대!!
그제야 술술 이야기한다.
다행이다.
가장 먼저는 내가 잘못 듣고 아이를 생으로 잡은 게 아니라는 점.
두 번째로는 아이가 나에게 비교적 빨리 사실을 얘기해 준 점.
내용인즉슨 실수로 친구의 종이에 낙서를 했는데 친구가 자신에게 짜증을 냈다는 것이다.
사과는 했냐고 물어보니 친구가 사과를 안 했다고 본인도 안 한단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어지럽기 시작한다.
시유야 실수던 고의던 네가 친구 거에 낙서를 했으니 먼저 사과를 해야지. 친구가 피해를 입었잖아.
저한테 화냈다고 했단말이에요! 저는 화 안 냈는데.
먼저 사과를 하고 그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야.
미안해 말하고 이러이러해서 실수였다고 이야기해야지~
사과를 안 받아주면은요!
어지럽다. 아이는 친구가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게 무서운 거다. 실수로 잘못을 한 상황이 창피하고 무안했던 거다.
놀이터나 여러 곳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
숨 쉬듯 사과가 자연스러운 아이들이 있다.
살짝 부딪혀도 어! 미안! 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상황으로 넘어간다. 보는 어른인 나도 그냥 일어났을 일처럼 물 흐르듯 별 생각이 안 들게. 그렇게 사과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그게 아닌 것이다.
미안이라는 말은 그냥 말 그대로 미안한 마음 하나인데,
아이에게 미안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포함된다.
창피함, 무안함, 두려움 등의 여러 감정 말이다.
나는 아이에게서 소심하고 걱정 많은 내 모습이 보일 때 가슴이 아프다. 지금이야 깎이고 부딪히고 두들겨 맞으며 나를 여기저기 끼워 넣지만 그 과정은 어렵고 힘들었고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애쓰고 있다.
나는 아이가 단순했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보이는 그대로 보고 미안함은 그냥 미안한 거면 좋겠다.
나의 복잡함을 너에게 물려줘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