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잘 살기 가능한 건지?

나이는 서른몇, 생활은 대학 갓 졸업한 새내기.. 근데 이제 열정은 없는

by Elora szu

잘 살고 싶다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그 종류의 말이다. 나는 욜로를 꿈꾸지 않는다. 나는 돈도 많고 싶고, 행복한 가정도 이루고 싶고 걱정 없이 살고 싶다. 물질적인 풍요가 마음의 풍요보다 못하다는 깨달음을 얻기에는 아직 나는 어린 사람이다.


지난 연말, 가족의 긴급 상황으로 한국에 다녀와야 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능한 날짜에 얼른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떠났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예상치 못한 비행기값 지출로 1월 생활비 걱정이 앞섰다. 나는 싱글이고, 책임져야 할 가족은 고양이뿐이지만 매달 저축을 해야 하기에 마음이 불안했다. 여유 있는 달이라는 건 사실 없었다. 렌트비로 내 월급의 절반 가까이가 나가다 보니 외식은 물론이고 커피 한 잔 사는 것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캐나다에 정착하면서 (정착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느껴본 완전한 독립감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을 마음껏 해본 자유로운 삶이 몇 년 만에 도파민을 폭발시켜 줬다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다행히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딱히 없다. 심지어 국밥에 소주를 먹는 소소한 행복도 더 이상 행복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성시경 님의 유튜브에서 보이는 노포집을 보며 침을 흘리던 일도 이제는 없다. 더 잘 살고 싶었던 욕망도 이제는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First world problem”이라며 내가 걱정하는 것들을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도 맞다. 진짜 큰 걱정도 없는, 문제 하나 없는 상황에서도 걱정을 사서 한다는 것. 사실문제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작은 것에서 다시 행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4월 여름의 문턱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계절로 인한 우울함이라 치부해 버리고선 그때까지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음식을 조절해 보는 등의 노력들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마음이 이렇게 불안하니까 문제라고 생각했던 원인들이 점점 나 자신에게로 향하게 된다. 내가 왜 캐나다에 왔는지,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잘 산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 내가 지금 느끼지 못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불행한 사람인가. 내 가족을 두고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이 순간이.. 사실 고군분투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도 지루하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철이 없게 느껴진다. 불안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지난 16일 비행기 안에서 썼던 다짐과 계획들이 다시 무감각해지고 있다. 언제 다시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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