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삼십 대는 어떻게 진정시킬까

없어요 방법은.

by Elora szu

자 나는 지금 불안하다. 왜냐? 나이는 31살(만) 연애는 진행 중 하지만 결혼은 한참 전, 내 몸무게는 점점 늘어가고 내 열정은 식어간다. 인스타그램엔 온통 지인 결혼 얘기, 출산 얘기, 집 산 얘기, 차 산 얘기. 전부 내가 할 수 없는 것들 하지만 부러운 것들. 당당한 싱글, 그런 사람들은 믿는 구석이 있다. 아직 잘 나가는 부모님, 높은 연봉. 한번 더 내가 없는 것들. 결혼으로 영주권을 손에 쥐는 사람들, 무언가 쉽게 진행되어 가는 인생사들, 무언가 안 풀리는 인생사들 하지만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 전부 부러워 미치겠는 건 아니지만 안 부럽다고 하기엔 혹시라도 이렇게 늙어서 우연히 본 강아지 고양이와 아코디언연주하는 할머니 밈이 내 이야기가 될까 봐 불안하다. 삼순이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때의 삼순이는 나보다 어리다.. 나 참


요즘 들어 매일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엄마는 슬며시 사촌이 딸을 낳았다더라 결혼을 했다더라, 엄마 친구 딸은 돈 많은 집 외국인이랑 결혼해서 집안일하며 산다더라. 근데 니 계획은 뭐냐. 이런 말을 들어도 타격이 없는 건 내가 회피하는 건지 진짜 안 부러워 그런건지. 내가 당장 할 수 없는 것들이라 별로 현실감이 안 오는지. 엄마는 나의 학창 시절 때처럼 공부 못한다고 구박하면 내가 씩씩 거리며 자존심 상해 제 발로 공부를 할까 봐 써먹었던 실패한 작전을 다시금 꺼내보는 가보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불안한 이유들을 늘어놓으면 저렇게 많은데 누군가 진짜 저런 거 때문에 불안하냐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내가 불안한 건 아니 불만족스러운 건 삼십 대가 되면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왔던 캐리 브래드 쇼처럼 사만다 존스처럼 멋지게 사랑을 하고 일을 하고 이십 대보다 훨씬 농익은 열정으로 인생을 살아갈 줄 알았는데 이건 무슨 내 이십 대만도 못하니 그게 너무 배 아프다. 내 삼십 대 돌려놔.. 아직 삼십대로 삼 년도 살지 않았지만 이 마음이 언제 끝날지 몰라 안타깝다.


문제를 아는데 문제로 내버려 두는 건 어리석은 거야!


언젠가 엄마 입에서 나온 소리가 내가 문제를 외면할 때면 늘 들린다. 나도 알아. 나도 안다고. 그러게 나를 왜 이렇게 게으르게 낳은 거야? 사실 나는 게으르지 않다. 아침 네 시 오십 분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콘도아래에 있는 짐으로 가 러닝 35분을 뛰고 샤워하고 아침을 챙겨 출근을 한다. 퇴근 후에는 샤워를 하고 집 청소를 하고... 그 뒤부터가 좀 게으르다. 저녁을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좀 보고 음... 유튜브도 보고.. 사실 유튜브를 볼 때도 마냥 즐기지 못한다. 어떻게 저런 콘텐츠를 찍을까 저런 뷰가 나오면 얼마가 떨어질까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러다가 또 불안해지고 근데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내 삼십 대는 이렇게 흘러가서는 안된다. 그런데 왜 도무지 일어설 기운이 없는 걸까. 이게 내 모습이 아닌데. 원래 나는 이렇지 않은데 어떻게 치유해야 될까..


캐나다의 긴 겨울은 나를 동굴로 들어가게 만든다. 맞다 계절 탓. 내가 가장 처절했다고 느꼈던 시절의 사진을 봤다. 나는 예뻤고, 우울감을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었고, 무언갈 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강했다. 갓 서른이 된 나는 강하고 멋졌다. 그리고 생존했다.


열정을 잃어버린 것 같은 나는 또다시 이겨내려 의자에 앉아 글이라도 써본다.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은 여전히 잘 해낼 수 있다. 사주에서도 그랬으니까. 나는 잘 해낼 수 있다. 우리는 잘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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