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어제 다운타운에 다녀왔다. 새로생긴 아이래쉬 가게가 있는데 꽤 많은 가격이벤트를 하기에 친구에게 물었다. 너네 집에서 되게 먼데 같이 갈래? 할인하면 오십불밖에 안해. 내 친구는 네자매다. 사이가 어찌나 좋은지 그들은 단짝친구가 평생 넷이나 있지 않은가. 그중 내 친구는 둘째. 친구는 막내동생을 데려가고 싶다며 셋이서 쪼르르 예약을 하고 퇴근도 십오분정도 일찍하고 코리아 타운으로 갔다. 의자도 너무 좋아보였고 사실 친구는 남아있는 래쉬가 있어서 취소를 했었는데 아주 전문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그냥 다시 하기로 했다.
구름같은 의자에 누워서 세상 편한 자세로 연장을 받았는데 문제는 나눠진 공간에 있어도 조금이라도 큰 소리로 말하면 벽 하나 두고 있는 옆 의자로 소리가 뻗어져 나갔다. 내 옆에는 동아시아계 손님이 있었고 그들은 속눈썹 선생님과 친구사이인지 옆에 돈을 내고 시술을 받으러 온 손님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별별 얘기를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웬걸, 대화의 수위가 높아지다 못해 도무지 듣기 거북해졌다.
그 대화로 말하자면, 새로운 룸메이트가 왔는데 새 룸메의 이상형은 hairy한 사람인지 아랍계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며 깔깔대며 웃었다. 그럴 수 있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그러더니 본인들이 길을 걷다 룸메가 저 사람 아주 핫하다고 해서 봤더니 남아시아 즉 브라운이었다고 (정확히는 인도사람이라고 함) 내 룸메는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했다. 아니 잠깐만. 내 남자친구는 브라운이다. 내 직장동료들도 브라운이다. 인종으로 사람을 나누지 않지만 나는 다인종 국가에서 다인종들과 함께 일을 하며 살아간다. 가게 밖으로는 다인종들이 지나가고 있겠지. 아니 다인종이라고 말 할 수도 없을만큼 그냥 각기 다른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캐나다가 그런 나라다. 모든 인종이 이 나라 사람이고 유학생이고 노동자이다. 그러더니 브램튼 얘기를 꺼낸다. 브램튼은 내가 사는 주에서 남아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같이 갔던 내 친구 자매는 남아시아인은 아니지만 브램튼에서 산다. 그 말은 그들의 가게에 서비스를 받으러 멀리서 운전해 이곳에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브램튼에 있는 인도 음식이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그들의 역겨운 수다는 멈추지 않고 듣기 싫은 웃음소리가 매장에 퍼졌다. 내 래쉬를 만지고 있는 여자도 함께 웃었다. 두눈이 테이프로 감겨져 있고 다소 날카로운 핀셋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라서 끝나고 매니저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속눈썹이 끝나고 내 눈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속눈썹도 이쁘다고 감사하다고 했지만 기분 탓인지 뭐 어떻게 됬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다된 친구를 보고, 그 아이의 동생눈도 보고 같이 그냥 being excited했다.
아 대화를 듣다보니 이들의 나이까지 듣게됬는데 어린나이고 가오픈시기에 가서 화를 내는 손님을 맞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점잖게 매니저에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매니저는 부재중이었다. 나는 친구네 자매가 들었을까봐 걱정이 됬다. 팁까지 주고 나와서 속눈썹이 예쁘네 어쩌네 대화를 하다가 친구가 모든 대화를 들었다는걸 알게되었고 결국 데리러 온 내 브라운 남자친구까지 듣게 되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너무 쪽팔리고 화가났다. 진짜 너무 화가났다. 사실 나만 들었다면 그냥 내 기분만 더럽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감정을 숨기고 가게를 나온것이다. 내 친구 막내동생은 곧 16살이 된다. 그 아이는 한국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더 많은 기대를 하고 같이 왔다.
지금은 다음날 아침이다. 그들의 매니저에게 메일로 내 전화번호를 남기고, 그들의 웹사이트에 있는 같은 프랜차이즈 미용실 전화번호로 문자를 남겼다. 답이 오지 않으면 전화를 할 생각이다. 어젯밤에 속상한 일이 있었다며 엄마에게 통화를 했는데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양보해서 그런얘기 친구끼리 할 수는 있지. 근데 돈을 내고 다인종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그런 행동은 옳지 않다는걸 알려줘야 한다는 내 말에 동의했다. 오늘 아침까지 너무 화가나고 속상하고 친구들에게 남자친구에게 미안했다. 철없는 나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며 울음까지 터뜨리며 속상하다는 넋두리를 했다. 그들의 매니저와 연락이 닿아도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 이 일을 어떻게 영리하고 성숙하고 어른답게 매듭 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외계인처럼 아무것도 안들리고 안보이는 척하며 같은 외계인들만 찾으며 살아가야 하는건지. 사람은 입체적이다. 그 말도안되는 대화를 나눈 그들도 어디선가에선 좋은 사람일 것이다. 나도 어디선가에선 미친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성찰하고 반성한다. 그래도 모자라다. 한국에서 책을 몇권 사왔는데 그 중 하나는 법정 스님의 책이다. 종교는 없지만 기도가 필요할 때이다. 내 자신을 다시 성찰해야겠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래도 틀린건 틀렸다고 알려주고 싶다. 화를 내는게 아니라 알려주고 싶다. 나는 그들이 살아가면서 겸손하고 그들이 했던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