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캐나다에서
갑작스러운 청소가 하고 싶어지는걸 보니 계절이 바뀌어가고 있다는게 실감이 난다. 이번 연도에는 이상하게 하고싶은대로 평화로이 시간이 잘도 간다. 가끔 시간이 잘 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한학기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 배달음식을 요즘들어 자주 시키는 것만 빼면 스스로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곳에서 지내는게 간혹 무섭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외출을 할때가 많다. 지난 학기 수업에 재수없는 일이 한번 있었는데 곧 터질 것 같은 풍선처럼 씩씩 거리며 이 나라에 화가 났다가도 새로이 다가오는 인연들과 마주할때는 부드러운 바람같이 그들과 같이 섞여감에 감사하다. 수많은 반성과 하지 않아도 될 이해와 용납을 하며 전보다 더 튼튼해져감을 느낀다. 이곳에 있으면 내 미래가 너무 풍성할 것만 같아 기대가 됨과 동시에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 혹여나 쌓고 있는 모든것이 불필요함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모든것이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것에 저항하다가도 체력이 딸려 이내 항복하고만다. 그래도 눈으로 확인이 되는 아니 어쩌면 내 스스로 피부에 와닿을만큼의 노력에 의한 결과가 좋다. 이번학기에는 내 인생에 없던 모든 6개 과목에서 에이를 받았는데(하나는 에이쁠 후후)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들뜬 목소리로 알리니 엄마는 그럼 니 나이 서른에 공부한다고 난리를 치는데 더 잘 받았어야지 하고 아빠는 이례적?이고도 따뜻한, 우리집 몽이한테만 주는 목소리로 장학금 받는거 아니냐는 말에 꿈 깨라며 같이 웃었다. 역시 양쪽에서 당근과 채찍을 주니 내가 오버할 수가 없다. 사실 여기는 점수 채점 방식이 관대하다. 그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곳에서 상위권에 들면 얼마나 자랑스럽다고. 무려 너드모임에도 속해있다 촤하하. 날씨가 좋아져간다. 어제는 백신을 맞았는데 팔이 너무 아프다. 엄마는 맞기 싫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몇일을 아팠는데 나는 화이자를 맞아서 괜히 미안하고 속상하다. 그래도 어제 다정한 주사기 선생님을 보고 용기가 생겨 자궁경부암 주사도 맞으려고 알아볼 예정이다. 세상은 어지러운데 마음이 잔잔하다. 한국에서는 잦았던 개복치같던 멘탈이 지금은 드물게 나타난다. 이럴때 오래 전 만났던 값진 인연이었던 나를 살뜰하게 챙겨주던 언니가 생각났다. 승연이 언니! 나 꽤 성장한거 같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