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킥 하지 않는 삶은 어떨까.
2025년은 유난히 고민이 많은 해였다. 고민이 많았던 만큼 시도도 적지 않았지만, 달라진 것은 많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이 선택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정말 우연히도, 도서관을 배회하다 발견한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그 질문을 대신 살아주는 소설처럼 느껴졌다. 내가 선택하지 못했던 삶들, 혹은 선택하지 않았기에 계속 남아 있던 가능성들을 하나씩 펼쳐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나에게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노라가 평행세계의 삶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노라는 이미 자신이 그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각 세계에서 살아온 또 다른 노라의 삶을 함부로 다루는 것 같았다. 남편과 싸우고 돌아오고, 인터뷰를 망치고, 강연을 망치고.
수많은 노라의 삶이 망가진 끝에 단 한 명의 노라가 깨달음을 얻는다. 그게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책을 포기하려던 순간, 한 장면에서 멈춰 섰다.
아이를 본 노라는 1~2분 만에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그 짧은 순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노라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 표현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떠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사람도, 그 세계에 남겨질 사람들을 쉽게 외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제야 다시 궁금해졌다. 노라는 결국 어떤 인생을 선택하게 될까.
결국 노라의 마음을 붙잡은 삶은 평범한 가족을 꾸려 살아가는 인생이었다. 그곳에는 노라가 의지할 사람도, 노라에게 의지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라는 그 삶 속에서 자신이 존재할 이유를 발견하는 듯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혼란은 불쑥 머리를 들이민다. 노라가 지키고자 했던 삶과 버리고자 했던 삶이 다시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노라가 떠난 뒤의 삶에서, 그녀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피아노에 재능이 있던 아이는 경찰에 연행되고, 평온한 일상을 살던 옆집 노인은 요양원에 들어가 있다.
노라는 혼란스러워진다.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판단했던 그 삶이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그 혼란 속에서 노라는 한 가지를 어렴풋이 확인한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이 삶을 계속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노라는 돌아온다. 처음부터 가치 없다고 여겼던, 바로 그 삶으로. 분명한 삶의 의지를 가지고.
책을 덮고 나서, 자연스럽게 내 삶을 떠올리게 됐다. 나는 늘 선택 앞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이다. 결과는 살아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어쩌면 그 고민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알 것 같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망설이면서도 계속 살아가겠다는 마음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더 나은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끝내 이 삶에 머물며 가치를 만들어 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