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작가 Sep 26. 2020

윤종신의 '고요'를 들으며

문경 소녀 일기 (7)



"보고싶겠죠. 그립겠죠. 그치만 살 순 있겠죠."


"ㅋㅋㅋ"


13년 전 이승기가 KBS의 유명 예능에서 강호동의 "너 나 없으면 어떡할래?"에 대한 답으로 한 말다. 문경에서 만난 그는 유머스럽게 던진 이 말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무대에 선 그를 찍어주는 나. 앞으로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바라볼 그.



"오빠는 왜 문경에 왔어?"


"나는.."


그는 답변하는 데 있어 단 1초의 호흡소리 허용하지 않았다.


"노래가 좋아서 왔어."





엄청난 계기로 그의 노래를 (무려 아마도 7곡 정도를) 들었다.


관객은 오직 나 하나. 1인 단독 콘서트였다. (지금도 생각나는 그 순간. 그때 들었던 노래들의 여운이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원곡을 다시 듣지 못한다.)


그는 이렇게 여성 관객 그것도 1명 앞에서 부르는 게 처음이라 쑥스럽네. 라며 첫 음을 뗐다.


"물 넘기는 소리만 들려." 


아무 할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할게. 다신 못 보잖아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를 이제 다시 볼 수 없잖아.


그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낭만의 음표가 되어 잠시 날개를 펴 날아다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귀를 활짝 열고, 그가 정성스레 그려내는 음과 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일뿐이었다.





"밥 먹을래?"


"몇 시쯤 먹을 건데?"


분명 11시에 내려오라 그랬는데 세팅이 다 되어 있었다. 지?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츤데레인가? 그의 탄 듯 안 탄 듯 튀긴 만두는 불맛이 더해져 맛이 일품이었다.





넉살이 좋은 그와 또 다른 형은 미역국과 멸치 등 반찬들을 획득했고,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나는 맛있게 먹었다.


그가 집에서 가져왔다는 햇반도 하나 뺏어 먹었다.





그는 사과를 깎았고, 나는 주섬주섬 차와 커피를 꺼냈다.



사과를 차 안에 넣은 그를 보고 꺄르르 웃었다.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왜가 중요해 나에게는."


문경에 온 그와의 대화에서 나온 말.


그는 덧붙였다. "무슨 일을 할 때 왜라는 게 통과되면 나는 무조건 그 일을 시작해."




"세상이 멈춘 듯 이렇게 굳은 채로만 공원의 조각들처럼
처량히 머무를 순 없는 걸."


나 아무 소리 없이 이별을 견뎌낼게. 온몸이 떨리도록 그리워도 견딜게. 후회는 안 돼 다시는 들을 수 없어 흐느낀 그 밤의 소리
이 고요 속에 이별해.


'고요'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짚어 부르는 단어 하나하나가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괜찮겠다. 행복하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문경에서 그를 만나, 그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 이 순간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노래에 감동을 받으면, 내가 하던 노래가 부족했구나 싶어. 더 많이 연습해서.."


1인 콘서트의 영광을 이제는 만인에게 돌려야 하는 때가 성큼 다가왔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꾀꼬리 같은 노랫소리를 듣는 그날이 머지않아 도달할 때. 나는 이제 1인 관객이 아닌 그의 관객들 중 1명이 되어, 언제나 그를 응원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문경에서 만난 서울 가야금 소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