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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Sep 10. 2020

사촌동생


사촌동생은  3개가 있는 집에서 화장실이 딸린 방을 쓰고 있었다.


그 방의 크기는 서울의 우리 가족 집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돈을 내고 있지 않고 사촌동생은 한화로 약 150만 원을 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뉴욕에 합류한 엄마는 이를 두고 나에게 방세를 받아야겠다고 하셨다.      


사촌동생의 뉴욕 정착기 가운데 인상 깊었던 점은  많은 짐을 따로 이삿짐센터와 같은 도움 없이 친구와 둘이 옮겼다는 점이었다.


브루클린에서 바라본 뉴욕 맨해튼


침대는 1 침대가 아니라, 2 침대였고, 책상은 화장대와 식탁으로 쓰일 만큼 넓었다. 앞서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의 집은 2층에 있었는데 건물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언니, 무슨 엘리베이터야”      


캐리어 두 개를 들고 우왕좌왕하는 내게 그가 건넨 말이다.


그는 나에게서 캐리어를 가져가, 번쩍 들며 올라갔다. 나도 그를 따라 나머지 캐리어를 들고 올라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찼다. 그가 다시 내려와 보탬을 줘 무사히 캐리어를 데리고 올라갈 수 있었다. 계단은 가팔랐다. 처음에는 캐리어를 계단 밑에 두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런 곳에서 사촌동생이 어떻게 짐을 옮길 수 있었는지 상상만 해도 대단했다.


사촌동생은 작은 체구임에도 힘이 셌다. 탄탄한 근육만큼 뉴욕에서 살고 싶다는 의지와 살아야만 한다는 높은 생존력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방에 딸린 화장실은 4성급 호텔 안 화장실만큼이나 깨끗했고, 작은 드레스룸 안에는 4계절 옷이 차곡차곡 개어 있었다.


야무지고 부지런한 그였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미국 보스턴에서 학교를 다니며 다양한 문화권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여러 아이디어를 얻을  있었다고도 전했다.  


사촌동생이 보스턴 유학에서 얻은  단순한 아이디어만이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미국은 자유의 땅이라고 불린다. 자유의 땅에서는 모두가 꿈과 자유를 펼칠  있다. 출신을 가능한  배제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보스턴


뉴욕을 여행하는 내내 아무도 내게 “Where are you from?”이라는 (고리타분한) 질문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만큼 뉴욕에는 이민자도 많고, 다양한 문화권들이 엉켜 있다. 이러한 점은 이방인인 나에게 ‘내가 어디서 왔는가 보다   사람에게 집중한다 다가왔다.


나는 분명 한국인이지만, 김치만큼 과카몰리를 사랑한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여러 문화를 습득해온 나를 한국이라는 지리적 특성 안에만 가두기엔 애매하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배추만큼 아보카도도 좋아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었다. 이 점은 이 대도시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뉴욕


출신에 관심을 두지 않는 ,  편견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출신의 제약을 지우는 , 이민자들에게 이것은 자유의 기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한 문화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본인의 출신과 출신에서 오는 편견을 지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떠한 일도 재지 않고 도전한다.


이 글을 보고 콧방귀를 뀌어도 무방하나, 어쩌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실패로 이끌었든 성공으로 결실을 맺었든 그러한 사고를 가진 이가 내심 부럽다.


“보스턴에 미국인들이 많을 줄 알고 갔는데 아시아, 유럽계 친구들이 많았어.”      


사촌동생은 미국에서 아시아, 유럽계 친구들을 보게 되어 약간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출신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편견을 지웠다. 이후 그는 자기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자유와 도전 정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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