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하고 싶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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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임을 했던 서점이 얼마 안 가 영업을 종료했다. 인스타그램에 몇 년간 운영해 온 서점을 마무리하며 여러 집기들을 중고로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럴 수가... 나는 이제 좀 정들었는데 또 없어져버렸다. 이쯤 되니 내가 문제인가? 싶다. 망연자실해졌다. 이제 또 어디서 독서모임 하지? 많은 걸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안정적으로 독서모임을 계속하고 싶은 것뿐이었는데... 세상이 날 가만 놔두지를 않는다. 부지런히 또 새 모임을 찾아 나서야 했다.
연이어 당한 헤어짐에 힘이 쭉 빠져 잠시간 독서모임을 쉬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또다시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곳들을 찾아 나서야 할지 고민되었다. 서울에는 무수히 많은 서점이 있고 그만큼 운영되는 독서모임도 많을 것이었다. 하지만 좀 귀찮았다. 또 찾아보고 경험해 보고 판단하는 과정이. 그렇게 찾아낸다 한들 또 없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냥 접을까? 싶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렀다. 그렇게 어영부영 세월을 흘려보내며 한 해가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금방 전화위복의 경험을 하게 된다. 얼마 안 가 시작한 두 종류의 독서모임을 지금까지, 2년이라는 시간 넘게 꾸준히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적겠지만 친구들과 시작한 줌 독서모임과 성산동의 여러 작은 가게들에서 진행하는 독서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친구들과 시작한 줌 독서모임은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좀 더 편안하게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들게 되었다.
모임을 꾸리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금방 연락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었다. 책을 조금 좋아하는 친구와 책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을 거 같은 친구, 그리고 책에 관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하면 재밌을 거 같은 친구. 그렇게 세 명에게 연락을 했다. 나를 포함해 네 명은 모두 이미 친한 사이였기에 편안하고 거침없이 토론하기에 좋아 보였다. 제발 모두 승낙하기를 바랐다. 인원을 다시 짜려면 머리가 아플 것이기에. 다행히도 모두가 단번에 하겠다고 답했고 23년 9월, 독서모임 '북유럽'의 첫 모임을 가지게 됐다.
몇 번의 모임을 가지며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그 내용을 공유했고 의외로 주변에서의 반응이 꽤 좋았다. 친구들끼리 같은 책을 읽고 얘기한다니, 재밌을 거 같다거나 자기도 그런 모임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자신도 이런 모임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으면 너도 해 봐!"라거나 "몇 명 모을 수 있으면 나랑 같이 하자!"고 말하기도 했으나 새로운 모임을 만드는 것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재밌어 보이긴 하나, 매달 한 권씩 읽으며 토론을 준비하고 참여한다는 게 부담되는 일이라는 걸 나도 물론 알았다. 그렇기에 주변에서의 나도 하고 싶다는 얘기가 점점 사그라들어도 그냥, 그렇구나 했다. 그런 소리를 들으려고 모임을 하는 것도 아니 거와 어찌 되었든 나는 꾸준히 하는 모임이 생겼으니 그것만으로도 아주 행복했다.
그러다 2023년 말, 친한 후배로부터 독서모임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 서로 도보 15분 거리에 살기에 자주 보던 친구였다. 일주일에 세 번을 볼 정도로 친했지만 이 후배가 책 읽는 모습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는 것인지 묻자 새해에는 정말로 책 좀 읽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 새해엔 책 읽기... 뻔하지만 모두가 지키지 못하는 단골 목표 중 하나지. 후배는 독서모임을 하면 한 달에 한 권, 일 년에 열두 권을 강제로라도 읽게 될 테니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마침 그 후배를 포함해 함께 자주 모였던 무리가 딱 4명이었기에 그 친구들을 포섭해 새로운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모임 이름은 1417. 내가 14학번이고 나머지 후배들이 17학번이라서 (나 혼자) 지은 아주 직관적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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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중순에 첫 모임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때까지 읽어야 할 책은 후배들의 요청에 따라 내가 고르기로 했다. 어떤 책을 골라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이 모임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첫 책 선정은 꽤 중요한 일이었다. 그즈음 마침 이동진 평론가가 유튜브에서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강력 추천했다. 세 친구 모두 책에 대해 잘 모르고 많이 읽어보지 않은 독자였으므로 유명인, 그것도 책에 대한 애정이 크고 지식이 깊은 명사가 추천하는 도서를 첫 책으로 선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친구들끼리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노하우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원활히 진행되고 있던 다른 모임, 북유럽을 통해 쌓았으므로 1417 모임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채 시작할 수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존의 북유럽 모임은 경남과 서울이라는 거리상 문제 때문에 줌으로 진행했지만 모두 서울에 있는, 그중 세 명이 신림에 있던 1417 모임은 대면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첫 모임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동기들과 함께하는 북유럽 모임이 평균 2시간 정도 걸린 것을 생각하면 그보다 반절은 짧았다. 그 차이는 아마 1417 모임에서는 사전에 공유한 질문 들에 대해 답을 적어놓아야 한다고 규칙을 정하지 않은 데서 나온 듯하다. 두 모임 모두 구글 시트를 통해 첫인상, 책의 내용에 대한 질문, 좋았던 문장이나 장면 등을 적었지만 답변까지 적기로 합의한 건 북유럽 모임뿐이었다.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친구들에게 처음부터 답변까지 적어 오게 하면 부담이 될 거 같아 행한 내 나름의 배려였다.
두 번째 책 선정 역시 내가 맡았다. 후배들 중 한 명이 다음 책을 골랐으면 했지만 세 번째 모임부터 자신들이 해보겠다고 하였기에 내가 다시 고른 것이다. 독서모임에 대한 부담감 줄여주려는 배려를 이어가기 위해서 두 번째 책은 만화책으로 골랐다. 원혜진 작가의 『아! 팔레스타인』 시리즈였다. 조금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지만 만화 형식이기에 좀 더 재밌게, 금방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얘기할 거리도 많은 주제로 보이기도 했고.
확실히 첫 모임 때보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지금 보니 그럴 수밖에 없긴 한 것이, 공통 질문을 제외하고 첫 모임에선 질문이 세 개, 두 번째 모임에선 여덟 개였다. 질문의 내용도 훨씬 깊은 생각을 요하는 것들이 많았다. '인간을 위한 종교가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면 종교는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인가?'나 '역사는 결국 승자에 의해 쓰인다고 생각하는지?' 같은 다소 철학적 질문부터 '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우리나라에 미칠 정치적, 경제적 영향은?' 같은 현실적 질문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2회 차 모임까지도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 오라고 하지 않았기에 그런지 (물론 각자 답변을 생각해 왔지만) 다들 의견이 다소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세 번째 모임부터는 질문뿐 아니라 답변도 구글 시트에 적어서 모이기로 했다. 다들 어느 정도 독서모임에 익숙해지기도 했을 것이고 모임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열심히 참여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세 번째 모임 책은 나에게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고 말했던 그 후배가 골랐다. 독서를 전혀 하지 않던 사람 치고는 상당히 책 좋아하는 사람이 골랐을 법한 도서를 선택했다. 문학 기자로 활동한 한소범의 산문집 『청춘유감』이었다. 『청춘유감』은 나 역시 읽고 싶던 책이었기에 후배에게 이 책을 어떻게 알고 고르게 됐냐고 물었다. 책을 좋아하는 누나에게 강력 추천을 받아 골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나 책 좋아하는 사람의 선택이었다.
세 번째 모임은 1417 모임 중에서 가장 즐겁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책 자체도 호불호 없이 모두가 좋아했고 카페에서 했던 다른 회차의 모임들과 다르게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진행했기 때문이다. 돗자리 위에 앉아 치킨과 피자에 맥주를 마시며 하는 독서모임은 처음이었기에 그 즐거움이 배로 더 크게 느껴졌다.
후배가 질문을 잘 짜 올 수 있을지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꽤 공들여 만든 게 보일 정도로 생각해 볼 만한 거리가 있었다. 다들 답변도 열심히 작성했는데 책에서 많이 다뤄지는 직장, 일 등의 주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두에게 와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 어떨 거 같은지, 무언가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쏟은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루었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 대부분 책임감이나 현실적인 조건, 일과 취미에서의 차이 등을 이유로 들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그럼에도 의미와 행복이 분명히 있을 거란 덧붙임이 있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본 경험에 대해서는 취업 준비부터 아르바이트, SNS 그리고 독서모임까지 다양했다.
세 번째 모임이 즐거웠기 때문일까, 1417 모임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이후 회차의 모임 책들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거나 토론하기까지의 진행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에도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강에서의 기억 덕분에 그럼에도 이 모임의 수명이 조금이나마 길어졌 건 아닐까 싶다.
이후 총 8회 차까지, 다섯 번의 모임을 더 가졌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것이 목표였지만 각자 일정이 안 맞아 결국 12월까지 진행됐다. 1년 동안 운영하긴 했으나 12권이 아닌 8권의 책밖에 읽지 못한 것이다.
다섯 번의 모임을 거치며 우리의 취향은 둘로 나뉘었다. 자기계발서파와 소설파로. 나와 후배 한 명은 소설을 읽고 싶어 했고, 이를 모임 도서로 선정해 읽었을 때 할 얘기가 많았다. 다른 두 명은 주로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를 선정했고 소설에 그렇게까지 공감하지 못해 했다.
1417에선 한국 소설만 읽었는데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와 배명훈의 『타워』였다. 자기계발서로는 『원씽(The One Thing)』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그리고 철학 입문서로 보이지만 그보단 철학을 기반으로 한 자기계발서로 느껴진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었다.
내 입장에선 두 권의 소설을 쓴 작가 모두 잘 쓰기로 유명한 분들이고 다른 작품도 감명 깊게 읽은 경험이 있어 모두가 좋아할 줄 알았다. 한데, 몇몇 단편은 그 내용을 이해하거나 등장인물에 몰입하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는 의견을 듣게 되었고 그동안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해 왔음을 깨달았다. 나야 원래 소설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왔으니 익숙하게 이해하고 공감했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다는 것을.
다른 분야, 영화라거나 만화 등에 대해서는 취향이 갈릴 수도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했으면서 책, 특히 문학에 대해서는 반대로 모두 취향이 같을 거로 생각했다. 이 소설이, 시가 안 좋을 수가 있다고?를 넘어 아예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동시에 자기계발서는 무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뻔한 소리만 하는 장르라거나 돈과 성공만을 추구하는 좀 속물적인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그동안 자기계발서를 멀리했고 은연중에, 아니 대놓고 문학이 자기계발서보다 더 상위의, 급이 높은 책이라 생각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하듯 책에도 귀천이 없다. 물론 문학이 더 좋은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 말이다.
각자 취향에 맞는 책과 취향에서 먼 책으로 나뉘어 읽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불호로만 책을 판단하지는 않았다. 내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좋았던 지점도 명확히 했다.
문학파인 나는 『원씽(The One Thing)』을 읽으며 후반으로 갈수록 주제에 내용을 끼워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들어 몰입이 점점 떨어졌다고 적었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는 것은 질문을 던지는 것과 같다. "저걸 하고 싶다."에서 "저걸 어떻게 이루지?"로 바꿔라." 같은 문장이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의 절반은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같은 문구는 큰 깨달음을 주었고 내게도 적용해 볼 법한 말이라 생각했다. 또 다른 문학파인 후배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고 여러 이론을 소개하는 만큼 짧게 에피소드를 가져가서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으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포함되지 않고 흔한 자기계발서 멘트에 그치기도 해 아쉬웠다고 적었다.
실용서파인 한 후배는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하거나 어느 상황에 공감이 가거나 등장인물처럼 행동할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잘 풀어썼다 생각했으며 인생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한 명은 『타워』를 읽고 읽기 전 상상했던 내용과 달라 당황스러웠다거나 초반부에는 그 세계관이 잘 이해가지 않아 어려웠다고 했으나 <광장의 아미타불>이란 단편을 읽을 때는 코끼리의 마음을 조명한 것이 새로웠고 그 마음을 헤아려보기까지 되었다고 말했다.
100% 좋은 책도 100% 싫은 책도 없다. 감동적이고 뭉클하지만 몇몇 장면에선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고 내 생각과 너무 다른 주장을 하는 책이지만 어느 문장은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다. 읽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생각해보고 정리하고 말하기 전까지는 정말 이 책이 그렇게 좋기만 했는지 혹은 싫기만 했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1417 모임은 북유럽 모임과 다른 장점이 있었다. 모두의 취향이 꽤 일치하는 북유럽에서는 책 선정부터 조금 일관된 편이고 그렇기에 호불호가 갈리거나 의견이 아주 다른 일은 그렇게까지 많진 않았다. A에 대한 답으로 A-1, 2, 3, 4가 나오고 간혹 A-1, 2와 B-1, 2가 나오는 식이었다. 하지만 1417 모임은 A에 대한 답으로 기본적으로 A-1,2와 B-1, 2가 나오고 간혹 A-1, 2, 3, 4가 나왔다.
이 모임이 아니었음 안 읽었을 책을 읽고 각자의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는 점에서는 1417은 꽤 훌륭한 독서모임이었다.
그럼에도 1417 모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간으론 1년, 횟수로는 8번이니 짧지만은 않지만 더 오래갈 수도 있는 모임이었는데 유지되지 못했다. 이직 준비, 자격증 시험, 피곤함이나 약속을 핑계로 자꾸만 모임 날짜가 뒤로 밀렸다. 처음에는 다들 바쁜 걸 아니까 한두 번 모임 날짜가 늦춰져도 이해했다. 하지만 점점 반복되는 약속 파기에 두 달, 세 달까지 밀리는 것을 보니 그만하는 게 맞겠단 생각이 들었다. 네 명 중 두 명은 이미 의욕이 없어 보였다. 반이나 흥미를 잃었으니 그만두는 게 맞았다.
세 달 만에 만난 12월의 모임에서 얘기를 꺼냈다. 우리가 자꾸 핑계를 대면서 모임을 미뤄왔고 몇몇은 모임 준비도 점점 설렁설렁하는 게 보인다고. 그러니 이쯤에서 이 모임을 마무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론 다들 아쉬워하거나 미안해했지만 결국 거기서 끝이 났다. 다들 알았을 거다.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깔끔한 결말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렇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끝으로 1417 모임을 종료했다.
이 멤버들과 다 같이 만나면 꼭 한 명이 "그때 모임 덕분에 책도 많이 읽고 여러 생각을 해봤는데.“하고 말한다. 그러면 모두 공감하며 "그때 재밌었지!"라고 하지만 나의 "언제든지 다시 해도 좋아."라는 말에 선뜻 다시 모이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독서모임이 없어진 삶에 너무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래도 이 멤버들이 책을 조금은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몇 권씩 선물하기도 했다. 이 친구들이 그 책을 읽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안 읽었을 거 같다. 그래도 언젠간 읽겠지란 생각으로 한 선물이니 재촉하진 않을 것이다.
나중에, 다들 삶에 여유가 생기면 1417 모임을 다시 해보고 싶다. 그때는 더 호불호 갈리는 책들을 많이 골라 읽고 싶다. 자기계발서와 소설뿐 아니라 과학, 경제경영서, 이론서부터 시, 극본, 평론집까지 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깨부셔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