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곳에서 내 이름을 다시 만나다.
1997년 전화번호부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다
시간이 멈춘 곳에서 내 이름을 다시 만나다.
그때의 느림 속에는
온기가 있었다
문화제조창내 어느 식당 입구에서
먼지 쌓인 파란색 책 한 권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충북 청주시·청원군 전화번호부, 1997년 9월판.’
호기심에 페이지를 넘기다
그 안에서 낯익은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정성현 273-2701
세월이 25년 넘게 흘렀지만,
그 번호 하나가 내 청춘의 흔적처럼 또렷이 남아 있었다.
그 시절엔 스마트폰도, 검색창도 없었다.
누군가를 찾으려면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꺼내
손끝으로 한 장 한 장 넘겨야 했다.
그리고 종이 위에서 이름을 찾았을 때의 그 반가움.
“여보세요?”
낯선 목소리 너머로 이어지던 따뜻한 인연들.
이제는 터치 한 번이면 전 세계와 연결되는 시대지만,
그때의 느림 속에는 분명 온기가 있었다.
전화선 너머 들리던 숨결,
번호 하나로 이어지던 관계의 세상.
그 시절의 나는 그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오늘, 문화제조창내 식당 한켠에서 1997년의 나를 다시 만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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