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한 순간, 하루를 먼저 살기 시작했다.
함박눈 내리던 첫 출근 날, 그리고 나의 아침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 하루를 먼저 살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직장, 사라지지 않는 아쉬움
늦었다고 생각했던 인생의 어느 순간, 나는 새벽을 선택했다.
그 하루 한 시간이 29년 뒤, 나를 박사이자 작가로 이끌었다.
1973년 11월, D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첫 출근을 하던 날이었다.
아산군 온양읍으로 첫 출근하는 도로에는 함박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그날의 풍경은 지금도 또렷하다.‘나에게도 행운이 찾아올까?’
눈 내리는 길을 걸으며, 나는 그렇게 사회로 들어섰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대전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다.
그러나 농촌의 어려운 현실 앞에서 아버지의 선택은 분명했다.
“동생들도 다섯 명이나 있는데 상업고등학교에 가서 빨리 취직하는 게 낫겠다.”
그렇게 나는 D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 N은행에 취업했다.
은행 창구 앞에 서서 하루를 보내는 삶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지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생각이었다.
특별히 불행해서가 아니라, 어딘가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늘 존재했다.
그 아쉬움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즈음이었다.
토요일 휴무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 시간과 주말을 이용하면,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나의 하루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되었다.
새벽 4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책상 위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나는 하루를 먼저 살았다.
그 하루들이 쌓이고, 또 쌓였다.
아침 시간을 이용한 공부는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은 29년 동안 이어졌다.
야간대학을 거쳐, 결국 2007년 8월 C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순간보다 더 값진 것은‘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구나’라는 마음이었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수없이 그만두고 싶었던 새벽도 있었다.
노년은 정리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마음도 함께 가져다주었다.
노년을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
2019년에는 첫 책 《죽는 날까지 지적으로 살고 싶다》를 기획 출간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와의 재회는 나를 다시 설레게 한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사실을 더욱 실감한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을 바꾼 것은 특별한 재능도, 거창한 결심도 아니었다.
매일 새벽, 나 자신과 약속한 한 시간. 그 시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아직도 나는 배우고 있고, 쓰고 있고, 살아가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나는 하루를 먼저 살기 시작했다.
하루를 조금 먼저 살기로 했던 선택,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려 애썼던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나는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배우고, 자주 흔들리고, 가끔은 뒤처진다고 느낀다.
그래도 새벽의 한 시간을 다시 붙잡는다.
그 시간이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을 미루고 있다면
아주 작은 시간부터 건네보고 싶다. 하루를 모두 바꾸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하루를 조금 먼저 살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당신의 하루는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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