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길의 시작이었다.
1화.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은퇴는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길의 시작이었다.
2012년 정년퇴직을 맞은 뒤, 나는 5개월 동안 정말 홀가분했다.
그 시간 동안 유일한 낙은 책을 읽고, 청주 무심천 하상도로를 산책하는 것이었다.
스쳐가는 사람들, 이름 모를 꽃들,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핸드폰에 담으며
‘이제야 좀 내 삶을 사는구나’라는 기분을 만끽했다.
그런데 그렇게 달콤한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마음 한켠에서 낯선 공허감이 몰려왔다.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건강을 위해 소식을 하다 보니 5개월 만에 체중이 2kg이나 빠졌다.
마른 체격에 살이 더 빠지니 “정 지점장, 어디 아픈 거 아니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거울 속 나 역시 낯설었다. 홀쭉해진 얼굴을 마주하며,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등산이나 여행, 혹은 골프 같은 여가만으로 은퇴 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은퇴는 우리를 자유롭게 풀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심심한 방 안에 가두어 버리기도 한다.
자유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정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관심사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자유가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
퇴직 전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회사와 집을 오가며 살아온 세월. 그러다 갑자기 시간이 ‘텅 비어’ 버리니,
처음 몇 개월은 마냥 달콤하다가도 이내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자유는 축복이지만, 동시에 버겁기도 하다.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수십 년간 주어진 일을 해오던 사람에겐 오히려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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