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5일차

by 주승훈

#196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5일 차 (4,130m)

ABC-시누와 23km


새벽 다섯 시, 눈이 저절로 떠졌다. 밖으로 나가자,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전날 내리던 안개와 눈발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날씨였다. ‘맑은 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속으로 기도했다.

5시 30분, 안나푸르나 남봉 위로 붉은 해가 서서히 비추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설산이 붉게 물들었다. 가슴이 떨렸다. 전날, 고산병 때문에 내려가자던 가이드의 말을 듣지 않고 이 자리에 남아 견뎌낸 이유가 바로 이 장면이었다. 경이로움, 사랑,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이 밀려왔다. 금산간디학교 깃발을 꺼내 들고, 이 순간을 마음 깊이 새겼다.


함께 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영상 편지도 남기고, 바위에 앉아 한참을 바라봤다.

6시 30분, 아침으로 누들과 갈릭 스프를 먹었다. 국물 맛이 마치 바지락 칼국수 같아 속이 따뜻해졌다.


짐을 꾸려 7시에 출발했다. 안나푸르나를 뒤로하고 여정은 다시 길 위로 이어졌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 안개 속에 가려 보지 못했던 설산이 오늘은 야생화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모습을 드러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길이었다.


3시간 만에 데우랄리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머리가 지끈거리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맡겨놓은 짐을 다시 가방에 넣으니 무게가 확 늘었다. 장케가 힘들어 보여,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3,000m 아래로 내려서자 숨이 트이기 시작했다. 비로소 정상적인 걸음이 나왔다. 히말라야 카페에서 잠시 쉬고, 밤부를 지나 수많은 계단을 올라 도반까지 이어지는 긴 길을 걸었다. 밤부에서 묵을 수도 있었지만, 다음 날 아침부터 계단을 오를 생각을 하니 강행군을 택하는 편이 나았다.


머릿속에는 내일 먹을 삼겹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올라오는 길에 진저 허니를 먹었던 시누와 숙소에 도착하니, 오늘 걸은 시간이 약 10시간. 비를 맞으며 묵묵히 견디고, 고통을 넘기고, 웃음을 지으며 걸었던 하루였다.


트레킹의 마지막 밤. 방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히말라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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