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잔액이 없습니다.
까마귀는 오랜 시간 사랑해왔다. 회색 깃털을 가진 한 마리와 서로.
처음에는 모든 게 빛났다.
그가 웃으면, 심장이 찬란했고
그가 잠들면, 그 곁을 지키는 일이 기뻤다.
까마귀는 매일의 온기를 조용히, 조심스럽게 마음속 깊은 곳에 모아두었다.
“언젠가 힘든 날이 오더라도 꺼내 쓸 수 있도록.”
그 믿음은 오래 갔다. 눈빛 하나, 말 한 줄, 나뭇가지 위의 침묵까지도 그는 전부 모아, 푸른 심장 속 어딘가에 넣었다. 그리고 꺼내 썼다. 그가 무심할 때, 피곤하다 말하며 돌아누울 때, 까마귀는 꺼내 보았다.
예전의 웃음, 따뜻했던 말, 그가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
그렇게 꽤 많은 계절을, 기억 하나로 버텼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넣지 않았다.
까마귀 혼자 꺼내고, 혼자 견뎠다.
심장은 경고했다.
“이제 그만 꺼내야 해요.”
하지만 까마귀는 멈추지 못했다.
그리던 어느 날, 까마귀는 심장을 들여다보았다.
텅 비어 있었다.
차갑거나 아프진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없었다.
까마귀는 조용히 일어섰다.
깃털을 정리하고, 눈을 감았다가
그에게 말했다.
목소리는 작고 단단했다.
“당신을 위한 내 마음에 잔액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