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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윤여재 Oct 28. 2021

매듭짓기 Day1

관계 안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


          

관계는 늘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듯

첫 영성체 가족들과의 만남 또한 그러합니다.


4월 첫 만남의 설레임 이후 

이제 11월 행복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면 늘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 떠오릅니다.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님께서는 우리를 함께 불러주셨습니다.     

간간히 적어 놓은 첫반 일기들을 다시 읽어봅니다.    

 

1.

올해도 작년처럼 또 그렇게

비대면 수업이 되지 않길

무사히 시작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          


2.

우리가 예수님의 길을 따라

숨 쉬듯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지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교회의 모습도 매일 매 순간이 다르다.

그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우리의 모습 또한

선함을 유지하고 나누는 것임을 희망한다.     


3.

설레임을 안고

첫반 수업을 준비하며 만든 초성 카드 꾸러미

정답이 아닌 각자의 첫 마음으로

모두 함께 하기


올해도 기적을 바라며

우리 모두 스스로 기적이 되는 시간이길

be the miracle     


4.

대면 수업을 기다렸지만

미사마저 다시 비대면이 될 것 같다.

수녀님께서 수업 시작 전에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구절을 낭송해주셨다.    

 

'...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5.

고작 우리의 언어로 

주님께 가는 길마저 쉽고 빠르고 요령 있게 다가간다면

우리는 결코 그곳에 이르지 못하리라.     

우리 스스로가

주님으로 가득 찬 책이 되어

어느 곳을 펴도

주님의 향기가 나고

주님의 모습이 보이도록     


6.

하느님을 간절히 믿는다는 것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했다.     

나 스스로 당당하고 기특한 신앙이 아닌

주님 보시기에 기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이길 기도하며     


7.

어린이들이 열심히 실천한 생태 교리 영상을 보며

뭉클했던 시간.     

결국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대단한 권력이나 부가 아닌

착한 소년의 선한 마음이었음을.     


8.

거리두기로 인한 가정방문이 걱정이다.

함께 할 수 있으면 하는 대로

그렇지 못하면 못 하는 대로

다 이끌어 주심을 믿는다.     


오늘 내가 행한 선한 마음이

내가 기도하는 모든 이들의 간절함에

함께 전해지길.     

우리끼리 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 하는 우리가 될 수 있길     


9.

교회의 아름다움은

함께 할 때

은총이 배가 됨을 매 순간 느낀다.

혼자라면 결코 하기 힘들었을

많은 일들이

함께 이기에 가능한 시간.     

특히 첫반은

그 기적의 힘을 더 느낀다.

예수님의 초대에 함께 하며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여정

이제 막바지로 향하며

또 하나의 기적을 기다리며

그 기적을 향해

서로가 모두를 위해

함께 기도드리는 시간     


10.

가정방문의 시작은

여정의 끝을 의미하기에

언제나 가장 감사하고 뭉클하고

은총 가득한 시간

신부님 수녀님의 따뜻한 말씀과

아이들의 맑은 눈빛

그리고 부모님들의 깊은 얘기를 들으며

은총의 비가 가득 내린 시간이었다.     


11.

가정방문도 어느새 마무리 중     

가정공동체는 각자 따로가 아닌

하나이어야 함을 기억하며

하나 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서로 참아주어야 하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주신 일치를 이루도록

함께 애써야 함을

기억하는 시간.

      


‘난 괜찮아.’라는 생각에 머물지 않고 

‘당신도 괜찮은가요?’ 하고 묻게 됩니다.     

영성은 내가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일이며 

다른 존재들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일이라 했습니다.

세상이 아프면 나도 아플 수밖에 없음을 아는 것이라 했습니다.  

   

올해도 첫반 가족들과의 관계를 시작하며

제가 가는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를 늘 기도했고 

언제나처럼 그 길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또 하나의 기적이었음을 알게 된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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