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시기 관계 안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
설레는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성탄은
줄곧 기쁨과 영광의 시간이었지만
지난해 성탄 시기는
어머님의 병환으로
언제 왔는지도 모르는 채
흘러가버렸습니다.
기쁨의 순간을 온전히 기뻐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 줄 새삼 느끼면서도
그럴 수 없음 또한 불행이 아닌
그저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 입퇴원도 면회도
너무 힘들었지만
그 안에 오롯이 홀로 버티셔야 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누구의 아들, 딸이 되고 이후로
자연스레 혹은 임의로
어떤 역할을 부여받고
이에 따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 애를 씁니다.
때론 열렬히 원하는 역할과 관계도 있었고
때론 두렵고 피하고 싶은 관계도 있었습니다.
벗어나고 싶어도 꼭 해야 할
많은 역할과 관계 앞에서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아마 우리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살다 보면 세상과 사람들이 만든 '어떤 것'들이
나와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세상 속에서 오직 나만 힘들고
그래서 모든 것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코헬렛 3)
우리는 웃을 때 누려야 하지만
울 때가 올 것을 알아야
웃을 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인생의 시간은 늘 높낮이가 있는
파동의 시간임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비록 지난 성탄은
기뻐함을 기뻐하지 못한 채
많은 역할과 관계 속에서
힘든 시기였지만
저의 시간이 그 안에 힘든 때를 지나고 있음을
받아들이며 주님께 의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의 흐름이 나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할지라도
이 또한 내가 받아들여야 할 때임을 기억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