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홀히 한 의무
<질문>
하루를 정리하며
내가 소홀히 한 의무는 무엇인가요?
오후에 친구 집에 다녀오시는 엄마를
마중하러 전철역에 나갔다.
멀리서
양손 가득히 무엇인가를
잔뜩 들고 오시는 엄마를 본다.
'에고 허리야
무거워 죽을 뻔했다.'
맙소사. 봉지 가득 귤과 딸기 상자다.
'아니, 그러게 뭐할라고 이 무거운 걸
끙끙거리고 들고 오세요.
배달하면 될걸
큰일 날라고.'
막 짜증을 냈다.
'너희 줄려고 2개씩 사느라
그랬지. 에고 무거워. 에고 허리야.'
'엄마 너무 감사해요. 힘드셨죠.'
이러면 될걸...
무거운 거 들고 오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랬냐.
계속 잔소리하며 짜증 내다보니
엄마도 버럭 화를 내시고
오손도손
같이 걸으려던 계획은커녕
무거운 귤과 딸기를 각자 들고
말 한마디 없이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금세 잊으셨는지
저녁을 맛있게 드시고
내가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
몇 번이나 고맙다 하신다.
이럴 때면 부쩍 심해진
엄마의 깜빡거리는 기억력이
오히려 고맙다.
오늘 소홀히 한 의무
당연히 십계명이 생각난다.
'부모에게 효도하라.'
전에는 몰랐다.
효도하는 게 도대체 뭐 그리 어려운 거라고
십계명에 효도가 들어있을까?
하지만 나이 들어 갈수록
이젠 조금씩 알게 된다.
80이 넘은 엄마에겐
난 여전히 어린아이이다.
엄마께 늘 받기만 하는 데 익숙해
뭔가 해드리면서도
오롯이 엄마를 생각하지 못하고
여전히 내 생각을 먼저 한다.
엄마가 힘들까 걱정된다 했지만
다시 생각하면
또 아프다 하실까 봐
그러면 내가 더 힘들어질까 봐
그게 걱정됐던 거지...
가장 하기 쉽다 생각하면서도
늘 소홀히 하고
늘 지키기 못하는 십계명이
오늘은 유난히 찡하다.
+ 집회서 말씀 (3,12-14)
얘야,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보살피고
그가 살아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고 네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히지 않으리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점점 더 나이 들고
점점 더 아프실 엄마를 보며
늘 같은 마음으로
사랑해야지
엄마를 슬프게 하지 말아야지
더 다짐하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