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하느님
<질문>
자연 안에서 어떤 하느님을 체험했나요?
내가 주로 느낀 장소는 어디일까요?
또 그 장소에서 하느님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셨나요?
자연 속에서 하느님은 늘 따뜻하고 위로를 주시는 분이다. 그곳에 가면 수십 년, 수백 년 전 그 사람이 보이고 그 사람의 이야기가 들리고 그 모든 것을 품어 주시는 하느님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해지는 모습들.
소설 <솔바람 물결소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홍련암’
... 언덕길을 내려가서 홍련암에 이르는 층계를 올랐다. 층계 옆으로 산대가 우거져 있고 철석이는 파도 소리는 더욱 가깝게 들려왔다. 홍련암 법당 뜰에 이르자 강렬한 전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p295)
강원도 양양 깊고 너른 바다, 우거진 소나무를 지나 긴 오솔길 끝에 자리한 홍련암. 이 길을 걷다 보면, 글을 쓴 작가님 생각이 나고, 소설 속 주인공 생각이 나고, 무엇보다 이 놀라운 길을 만드신 주님의 경이로운 손길이 느껴진다. 법당에 이르는 길이지만 숲 속 깊이 자리한 법당을 지날 때면 부처님이 아닌 자연 속에 스며든 하느님의 손길이 먼저 느껴져 혼자 웃곤 했다.
소설 <단종 애사>에 그려진 ‘청령포’
... 삼면 산에는 수목이 울창하여 항상 구름이 머물고 앞으로 흐르는 서강 물소리는 밤새도록 끊일 줄을 몰랐다...(p508)
삼면이 강이고, 서쪽은 험한 암벽이 솟아 있는 외딴섬과 같은 곳. 그곳에 가면 단종이 머물던 집, 궁녀들이 기거했던 행랑채가 있다. 기와집 주변에는 마치 충실한 신하와도 같은 소나무들이 단종을 지키듯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그 안에 단종을 향해 매일 아침 문안을 하듯 90도 기울어져 있는 소나무도 있다. 고된 귀양살이에 지쳐 단종이 앉아 마음을 달랬던 600년 된 소나무도 있다. 그의 비참한 모습을 다 보고 들었다 하여 관음송이라 했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우리에겐 여전히 가슴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청령포의 숲, 강, 나무. 단종이 1457년 유배 온 그곳의 역사를 470년쯤 지난 1929년 춘원 이광수는 <단종애사>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연재를 했고, 43년쯤 지난 1972년 책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43년이 지나 2015년에 나온 책을 나는 읽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그곳의 역사를 느끼며 그곳을 위로하고 보호하는 하느님의 섭리를 느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여전히 그의 역사를 마음 아파하고 그곳에 자리한 자연은 긴 세월 말없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그곳에 가면 위로의 하느님, 기적의 하느님을 느낀다.
유적지에 가면 유난히 더 생생한 하느님의 숨결을 느낀다. 꼭 천주교 성지가 아니어도.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때 그곳의 사람들, 사건들, 행적들을 느끼는 건 또 다른 하느님의 경건한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