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사막에 추락한 비행기 조종사와 머나먼 별에서 온 왕자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의 나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동화, ‘어린왕자’다. 시간이 흘러서일까. 지난날에 무심코 넘겼던 많은 문장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제법 자란 어른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그 무엇,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말하려던 어린왕자 이야기는 우리가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
“어른에게 새 친구에 관해 이야기하면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나이는? 형제는? 그 애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라고 묻는다. ‘목소리는 어떠니?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니?’ 등의 말은 묻지 않는다. 그건 어른들이 숫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어린왕자는 자신이 살던 소행성을 떠나 왕, 교만한 자, 술꾼, 사업가 등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마치 어른들을 대변하는 듯한 이들은 모든 행위와 관계를 기능, 필요에 따라 판단하고 정작 본질적인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처럼 우리들은 사람을 판단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숫자’라는 척도로 모든 것을 바라본다. 세상이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탓인지 사람의 내면은 보려 하지 않고 가시적인 것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시하다 보니 남에게 보이기 위한 외적인 것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겨두고 있기 때문’이듯 그 대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대상을 더욱 빛나고 가치 있게 하는 것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
숫자 번역기에 의존하는 삶을 탈피하자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이란 무엇일까? ‘숫자’라는 척도로 판단할 수 있는 ‘외모, 키, 연봉’ 등의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관계에 서는 ‘진심 어린 대화,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 등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사실 이것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내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그 사람의 판단과 척도는 변하고 순수함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왕자는 자신이 살던 작은 별에서 지구까지 여행하며 순수한 영혼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린 시절 꿈꾸었던 삶과는 멀어진 사막과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린왕자가 말을 걸어온다. “당신에게도 어린아이였던 때가 있었어요. 그 시절의 꿈을 기억해보세요.” 우리는 어쩌면 ‘숫자 번역기’에 의존해 일상을 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동심으로 돌아가 우리가 예전에 잃어버렸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어린왕자’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