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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mind Jun 18. 2021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아름답고 소중했던 기억들


"쓸모 있는 것일수록 얻는 과정이 힘들기 마련이지." '작은나무'에게 건넨 할아버지의 말은 그 자체로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 위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일로 이어졌다.


학교 밖에서 배운 소중한 가치

어린 시절 난 시골에서 친구들과 어울렸다. 방과 후에 함께 족대를 들고 조약돌 급히 밟으며 냇가로 뛰어다녔다. 고기 잡으러 가자고 외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 외침이 그리운 말로만 남아 귓전을 맴돈다. 추억은 서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이 사라진 것처럼 끊긴 채 기억된다. 이 책은 어린 나이부모를 여읜 다섯 살 인디언 소년 '작은나무'가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와 함께 산속에 살아가면서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시절을 보낸다. 자연 속에서 동식물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배우고, 삶에 필요한 것을 어떻게 구하는지 터득하며 순수하게 살아간다. 이 책은 학교에 다닌 기억보다 자연에 살면서 배운 것들이 훨씬 값지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인디언의 시선, 그리고 눈물의 여로

 하지만 자연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인디언은 문명을 위시한 백인 정부의 편견과 차별로 고통과 아픔을 겪다. ‘눈물의 여로’에서 인디언 전체의 3분의 1이 죽었다. 누이가 죽은 동생을 업고 가고 자식이 죽은 부모를 안고 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백인 정부의 잔인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죽은 이를 가슴에 안고 울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앞만 보고 걸었다. 그 굳건함과 경건함을 느낄 수 있었기에 나는 감명받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 미국의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인디언은 불행할 수밖에 없었고, 고통으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일본의 탄압을 받던 그 시대의 상처가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지 않은가. 이런 억울함과 모순 속에서도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순수한 인디언의 모습에서 내 영혼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인디언의 순수한 마음은 작은 나무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에 여실히 드러난다. 기르던 개에게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어 보람을 느끼게 하고, 작은 나무 역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어울리며 존재의 의미를 찾고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아름답던 세월도 죽음에 의해 사라지게 되지만...


“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작은 나무야, 다음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이번보다 더 나을 거야, 모든 일이 잘될 거다”

이것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남긴 말이다.


부모를 잃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누렸던 시절은 작은나무에게 내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날이었다.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고 때론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 책은 내게도 추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해 준다. 비록 현실이 내 뜻대로 잘 안 될지라도내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날들을 기억하며 미래에 순수하게 미소 짓고 있을 나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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