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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mind Aug 08. 2021

마라톤

 마라톤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말한다.

지난겨울, 마라톤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던 일이 떠오른다. 나는 5km 지점과 그 반대편 도로인 37.5km에서 마실 물을 지원했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5km, 10km, 하프, 풀코스, 이 네가지 코스로 나뉘어 뛰었다. 맨 처음 풀코스 참가자들이 우리가 있는 곳을 지났고, 그다음 하프, 10km, 5km의 순서였다. 나는 거기서 코스별로 사람들의 뛰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풀코스는 두말할 필요가 없이 진지했다. 물을 가져갈 때도 진짜 선수처럼 가져갔고 많이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코스를 뛰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사람들은 5km도 힘들어했고, 표정에도 풀코스 참가자와 같은 결연함은 없었다. 각자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달리느냐에 따라서 대응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우리도 각자가 정한 코스 위를 달려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다만 인생은 실제 마라톤처럼 정해놓은 코스대로만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앞서가는 사람이 부러워 자신의 코스를 이탈해서 가기도 하고 자신보다 뒤처진 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또 멀리 봐야 하는 풀코스 마라톤을 하면서도 짧은 코스에 도달한 사람들이 달콤한 성과의 열매를 맛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흔들리기도 한다.

 

마지막 풀코스 주자가 지나가자 우리는 급수대를 정리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6시간 30분 정도를 넘은 시간이었다. 차를 타고 골인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아직 결승선에 도착하지 않은 주자들이 보였다. 근 7시간 완주라는 목표를 위해, 주위에 아무도 없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존경심이 들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나아가는 자세일 것이다.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들은 한번 뒤떨어졌다고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 결국 땀의 결실을 본 것이다. 경제학에 한계적(marginal)이라는 개념이 있다. 지속된 행동을 한 단위 더 행함으로써 결과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물은 99도에서 1도가 높아진 100℃에서 끓어 기체가 된다. 지금의 노력이 99도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좀 더 나은 삶이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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