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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만의 산책일기

by bluemind

일상, 매일 꾸준히 걷기


주말의 끝자락.

습관이 된 하루 산책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걷기야말로

가장 쉽고도 완벽한 운동이라고.




작은 두더지 한 마리가 길 위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평소엔 보이지 않던 녀석이 왜 지상에 나와있을까?

혹한으로 단단해진 땅을 뚫지 못했을까,

아니면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방향을 잃은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위험할 것 같아 조심스레

토양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었다.


무사하길.




길 건너 시내에는

오리 몇 마리가 한창 바쁘다.

추위도 아랑곳않고

부리를 진흙 속에 파묻고는

먹이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서로를 의지하며

추위를 이겨내는 모습이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한다.




이 한적한 시골길이 참 좋다.

맑은 공기, 고요한 풍경.

잠시 멈춰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도랑 위로 얼음이 얼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병뚜껑으로

얼음 위에서 놀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그때,

벌겋게 얼어버린 코끝도 즐거웠던 추억.

요즘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따뜻한 방 안에서 게임하고 있으려나?

시대는 참 많이도 변했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도깨비풀이 옷자락에 붙어왔다.

날카로워 보이는 가시 같은 모습이

마치 수줍은 방어벽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은

작은 씨앗의 바람이 아닐까.


세상의 인연도 이와 닮아있다.

우리도 때론 날카로운 말로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진심은 따뜻한 이해를 원하는 것처럼.


도깨비풀은 오늘도

스치는 이의 온기를 기다린다.




처음엔 이불 밖으로 나서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한 발 내딛고 나면

맑은 공기가 머릿속을 환기시켜준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어머니표 도라지청을 꺼냈다.

흑마늘과 도라지, 꿀이 어우러진

정성 가득한 청이다.




뜨거운 물에 도라지청을 풀어

향긋한 차 한잔을 마시니

차가웠던 몸도 따뜻해진다.

달콤쌉싸름한 맛이

오늘 하루의 마침표가 된다.





매일의 산책으로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만들어간다.

내일도, 모레도 이어질

건강한 삶을 위한 작은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단단한 습관이 되기를.

나를 위한 소소한 다짐이

삶의 일부가 되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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