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며 걷던
어느 늦은 오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들이
때론 얼마나 힘이 되는지.
때론 얼마나 무력하게 느껴지는지.
그래서 오늘은
내가 눈에 담았던 작은 위안을
나누고 싶다.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잎들을 보았다.
우리의 아픔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길.
때론 말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순간이 있다.
자연스럽게 다가와
내 다리에 몸을 비비는 고양이도
추운 겨울 알을 품을 장소를 찾아 헤매는 어미 닭도
혹여나 친구를 잃을까
황급히 뒤따르는 오리도
눈에 오래 담는다.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아간다.
가만히 걸으며 생각해 본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나는 참 서투르게 위로를 건넸던 것 같다.
"괜찮아질 거야" 라는 진부한 말 대신,
이제는 "네 곁에 있을게."라는 말이
더 큰 위로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함께 걸어가며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니까.
나 역시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었던 사람이 가장 고마웠다.
작은 연못에서 만난 오후의 고요함.
수면에 비친 하늘은 마치 거울처럼 맑고,
잔잔한 물결이 때때로 일렁거린다.
우리의 마음도 이런 게 아닐까.
어떤 날은 맑고
때론 흐리기도 하고.
그 모든 순간이 자연스럽다는 걸
연못이 알려주는 것 같다.
연잎은 시들었다, 다시 활짝 필 것이다.
당장 힘들더라도,
곧 다시 생기를 찾을 그날을 기다린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
묘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우리의 고민이 작아 보이기 때문일까.
끊임없이 밀려왔다 물러가는 파도처럼,
우리의 슬픔도
언젠가는 잦아들 거라는
희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힘든 순간,
누군가는 말한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하지만 나는 이 말이
조금 더 와 닿았던 것 같아.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껴도 괜찮아.
천천히 걸어가도 돼."
누군가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그 걸음에 같이 맞춰 걸어줄 순 있으니까.
어머니는 지금도 바닷가에 가시면
조개를 캐신다.
동생들을 돌보느라, 자식들을 키우느라
미처 다 살지 못한 어린 시절을
그렇게 만나시나 보다.
조개를 캐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에는
늘 소녀 같은 설렘이 묻어난다.
때로는 우리에게도 이런 작은 순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끊임없이 밀려왔다 물러가는 파도처럼,
잃어버린 시간도
이렇게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어머니는 알고 계신 걸까.
시골 고향에 내려갔을 때
특별한 장면을 목격했다.
부화기에서 태어난 어미 닭이
자신의 새끼를 품는 모습이었다.
그 닭은 어미 품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을 텐데,
본능적으로 자신의 날개로 알을 품고
병아리들을 감싸안았다.
어미 닭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비록 누군가를 위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지라도,
따뜻함으로 서로를 보듬을 수 있다는걸.
때론 먹구름이 몰려와 우리의 하늘을
어둡게도 만들기도 하지만,
그 구름 위로 항상
태양이 머물러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당신의 하늘도 곧 맑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구름이 떠가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위로란,
어쩌면 무거운 말이 아닌
이런 작은 순간들의 공유가 아닐까.
당신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함께 걸으면 같은 하늘을
바라볼 수는 있으니까.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
같이 걸어주는 것.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치유되어 간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작은 풍경들이
당신의 걸음에 쉼표가 되어주길,
당신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때론 흔들리고 아플 때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한 장면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곁에서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