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빠지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문제가 자못 심각하다. 총각일 때부터 유독 새치가 많아서 흰머리를 감추려고 검은 머리로 염색했는데 그게 화근이 되었다. 머리카락을 물들여서 젊어지는 건 좋은데 지금에 와서는 머리가 듬성듬성하니 오히려 나이가 제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 보여서 이만저만 속상한 일이 아니다.
옛날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나무를 하고 할머니는 나물을 캐서 살림을 살았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나무를 하는데 맑은 샘물이 솟아나서 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바로 젊어지는 샘물이었다. 즉시 할머니를 불렀고 할머니도 한 모금 마셨더니 젊은 새색시가 되었다. 이웃집 노인도 이 이야기를 듣고는 샘물을 마셨는데 그만 너무 많이 마셔서 갓난아이가 되고 말았다. 젊어진 부부가 아이를 거두었다.
욕심을 부려서 갓난아기가 되고 만 노인은 바로 나 같은 보통 사람이 아닐까. 아마 누구라도 그런 샘물이 있다면 정신없이 마시지 싶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젊어지는 샘물이라니,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우리는 누구나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나이 듦을 안타까워한 어떤 이가 지어낸 이야기가 틀림없다.
지금도 우리는 젊어지는 효과를 가진 약을 많이 먹고 있다. 사실 나만 하더라도 먹으면 머리가 난다는 발모 약에다가 혈관에 좋다는 영양제와 비타민을 먹고 있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핑계로 과식하고 몸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옛이야기가 전달하고 싶은 것은 젊어지고 싶다는 우리의 욕심을 경계하는 그것뿐만은 아니다.
자신이 젊어졌다는 사실을 안 남편은 즉시 아내를 불러서 물을 마시게 한다. 게다가 이야기의 시작을 보면 노부부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 나무를 하면 아내는 나물을 캐는 장면이 다정하게 그려진다. 애초부터 노부부라고 했으니, 금슬은 좋았으나 나이가 들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가. 옛이야기에서 여자가 아이를 낳지 못하면 남자들이 두 집 살림해서 아이를 낳거나 첩을 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부부는 서로를 믿으며 살아왔음이 틀림없고 그런 사랑의 힘이 젊음의 샘물을 발견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결국에는 아들도 얻고 행복한 삶도 자연 뒤따라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해마다 대략 백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고작 이십만 명이 태어난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젊어지는 샘물만 있다면야 나라님이 걱정할 일도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 내 머리카락이야 없어도 나라가 돌아가겠지만, 아이들이 없으면 나라의 운명이 오락가락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옛 노인을 찾아서 샘물이 어디 있는지 물어볼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