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니 복 많이 받으라는 축복 메시지가 많이 날아온다. 여기저기서 세련된 캐릭터의 형태로, 때로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모양으로 보내오기도 한다. 옛날처럼 편지글이나 따뜻한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없어서 안타깝다. 그래도 인사를 해 오니 다행이다. 그 내용 중에는 “대박 나시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도 제법 있다. 당신에게 갑자기 어디선가 뚝딱하고 큰 복이 내리길 바란다라는 말이어서 좋기도 하지만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청성잡기』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글솜씨가 부족한 사람은 글 짓는 방법만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고, 집안을 망치는 자는 집안 다스리는 방법만 번지르르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속셈은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과를 얻으려는 것이니, 절대로 젊은이들에게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말이 솔깃하게 들리지만, 반드시 해를 입게 된다.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그 결과를 따지지 않는다.’ 하였으니 무슨 일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농사를 가르칠 때는 일찍 일어나 밭 갈고 김매게 하고, 글을 가르칠 때는 많이 읽고 많이 짓게 해야 하니, 이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다.
성대중은 1700년대를 살아간 인물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틀린 게 하나도 없다. 글쓰기가 내 업은 아니지만, 여러 단체에 소속되어 글쓰기를 해왔다.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 글 읽기다. 읽기가 없으면 쓰기도 없다. 말로는 어떠한 글쓰기도 할 수 없음이다. 또한 아랫사람에게 아무리 자신을 존경하라고 떠들어도 존경받을 수는 없다. 존경받으려면 스스로 치켜세울 일이 아니라 존경받도록 행동해야 한다. 그러면 그런 사람 뒤에는 따르는 이들이 많지 싶다.
그런데, 대박 나라고 하니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찝찝하기도 하다. 대박daebak 이라는 단어가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한국어 유래 단어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류’, ‘김밥’, ‘오빠’ 등과 함께 실렸다고 하는데, '대박'은 그 어감이 별로 좋지 않게 들려서 영 실망스럽다.
대박의 반대말이 쪽박이라고 치면, 평범한 인생을 살라는 말은 ‘소박(素朴)’이 되겠다. 이때의 소박은 ‘순박(淳朴)’이라는 말로도 쓰이는데 꾸밈이 없고 거짓 없는 진실한 삶을 이야기한다. 같은 의미지만 처를 모질게 대하는 소박(疏薄)의 의미로 알면 큰일이 날 일이다.
앞으로는 갑작스럽게 복이 막 쏟아지는 ‘대박’이라는 말보다는 ‘소박’이나 ‘순박’이라는 말이 메시지에 많이 담겨오면 좋겠다. “농사를 가르칠 때는 일찍 일어나 밭 갈고 김매게 하고, 글을 가르칠 때는 많이 읽고 많이 짓게 하라.”는 성대중 어르신의 말을 기억한다면 저절로 나중에는 대박이 나 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