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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괴로울 때

by 홍생

삶이 뜻대로 잘 안 풀릴 때가 많다. 왜 나의 인생은 이런가? 다른 사람들은 좋은 집에 좋은 차에 해외여행도 잘 다니는데 맨날 열심히 일해도 삶이 팍팍하고, 다음 달 돌아오는 대출금 이자 갚기도 힘드니,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딴마음을 먹고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 버린 사람들의 뉴스도 종종 접한다.


복을 찾는 구복(求福) 여행에 관한 옛이야기가 있다.

시골에 한 총각이 있었는데, 아무리 열심히 나무를 해서 팔아도 도무지 생활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옥황상제에게 한 번 따져보기로 하고는 그를 찾아 나섰다. 가다가 날이 저물어 어느 집에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그 집 주인인 젊은 과부는 자신이 언제 다시 좋은 남편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하니, 옥황상제에게 물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은 한 노인을 만났는데, 심은 지 오래된 사과나무가 왜 열매를 맺지 않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드디어 옥황상제를 만나기 직전이었는데 너무 큰 강이 있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이무기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무기는 자신은 벌써 용이 되어야 하는데 왜 승천할 수 없는지 알고 싶다며, 그 대답을 옥황상제에게 물어봐 준다면 총각을 강 너머로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네 가지 질문과 함께 옥황상제를 만났다.

첫 번째 총각의 가난에 대해서는 “모른다.”가 답이었다. 두 번째 과부의 질문에는 “오늘 첫 번째로 만나는 남자가 배필이다.”라고 답을 주었다. 세 번째 사과나무에 관해서는 “나무 아래에 금이 묻혀있어서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무기의 의문은 쉽게 풀렸다. “여의주를 두 개 입에 물고 있어서 승천하지 못한다.”라며 여의주 하나를 버리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은 듣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총각은 이무기에게서 남은 여의주 하나를 얻었다. 그리고 사과나무 아래에서 여러 개의 큰 금덩이를 캐낸 노인으로부터 금덩어리를 감사의 선물로 받았다. 과부와 처음 만난 남자는 당연히 자신이었으므로 총각은 과부와 결혼해서 아들, 딸 놓고 잘 살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포기하고 마는 인생을 많이 본다. 한탄만 하고는 도무지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총각이 행복해진 이유는 스스로 그 답을 찾으려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민만 한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겼다. 생각만 하고는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환경 탓만 하고 있으면 되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행복해지는 길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옛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늘 그 뒤에 깊은 뜻이 있다. 바로 나눔과 배려에 있다. 총각은 자신의 답을 찾기 위해서 남을 매몰차게 외면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려운 가운데 있었으면서도 남을 도우려 했다. 과부와 농부와 이무기를 도와주었다. 그 덕에 자신에게도 복이 왔다. 가만 보면 그들이 모두 총각보다 나은 존재들이다.


주위에 불평불만을 가진 사람이 제법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옥황상제를 한 번 만나 볼 것을 권한다. 옥황상제를 어디서 만나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지금부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한 번 힘껏 보탬이 되어 보시라. 세상 힘든 처지에 있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더 밑질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다가 보면 여의주도, 부귀도, 천생연분도 따라올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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