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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탐하다가는

by 홍생

언젠가 동창회 모임이 있었는데 큰 사업을 하시는 선배님과 앉게 되었다. 말이 좋아 선배님이지 아버지뻘 되시는 분이었다. 어렵게 자수성가하신 분이신데 장학회를 만들어서 큰 액수를 기부하시기도 해서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허기가 져서 뷔페식으로 된 음식들을 이것저것 가득 담아왔다. 그런데 선배님은 아주 조금의 음식을 드시는 것이었다. 맛난 음식이 많은데 좀 더 드시라고 권했더니, 당신은 여기 행사가 목적이지 먹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곳저곳 장소를 옮겨가면서 여러 사람과 인사를 하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스님이 곶감을 다락에 숨겨 놓고 하나씩 먹었다. 동자승들에게 먹는 것을 들키면 스님은 이것은 나에게는 약이 되지만 너희들이 먹으면 곧 죽을 수 있다고 속이고는 혼자서만 먹었다. 어느 날 스님이 마을로 내려간 사이에 한 동자승이 다락에 있던 곶감을 먹었다. 하나를 먹어 보니 너무 달고 맛있어서 한 꾸러미를 다 먹어버렸다. 그러고는 스님이 평상시에 아끼던 벼루를 산산조각 내고 앓아누웠다. 스님이 돌아와서 왜 그런지 물어보자, 동자승은 “스님이 아끼시던 벼루를 깨뜨려서 혼이 날까 두려워서 죽으려고 곶감을 먹었는데 죽지는 않고 배만 아픕니다.”라고 대꾸했다. 스님은 벼루도 잃고 곶감도 잃었다.


이런 부류의 이야기는 옛이야기에 아주 많다. 욕심을 부리다가 가진 것을 다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스님이 나눌 줄은 모르고 혼자서만 먹었으니 결국에는 자신이 아끼던 물건까지도 잃어버렸다. 하지만 옛이야기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봐서는 곤란하다. 스님의 직분은 만인을 위해서 기도하는 일이 본업이 아닌가? 그런데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먹으려는 식탐만 가득하니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곶감을 숨겨 놓고 먹었다고 하니 대개 맛이 있었나 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동자승들을 속였으니 그 또한 잘못이다.


이야기에서는 스님이 아끼던 벼루와 곶감을 잃었다고 했지만, 실제로 스님이 잃어버린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큰스님으로 받아야 할 존경심을 잃어버렸다. 상좌승들은 오로지 스님을 바라보고 스님의 가르침을 배우고자 했는데 입 호강 때문에 신뢰마저 잃어버렸다.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선배님과의 만남 이후에 음식 자리에서 가능하면 적절하게 먹으려고 노력 중인데, 사실 잘 안된다. 평상시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이래저래 작은 것을 탐하니 아직 한참 멀었나 보다. 그래도 모임의 목적을 마음에 두기 시작했으니 일단 진일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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