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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생 Feb 15. 2024

쌀 나오는 구멍

  직장인이라면 월급날만 기다린다. 순식간에 비어버려서 통장을 ‘텅장’이라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는 일도 있는가 본데, 그래도 월급날이면 평상시엔 처져있던 어깨가 좀 올라간다. 어쩌다가 상여금이라도 나오는 날엔 목소리도 좀 커진다.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그만그만한 생활을 꾸려나가는 아내를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하다.


  옛날에 관가의 창고를 지키는 하급 관리 이 생원이 있었다. 아내는 늘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남편이 꼭 그날 먹을 양식만큼만 가져오는 것이었다. 아무리 흉년이어도 그 집에는 밥 떨어질 날이 없었다. 그런데 그만 이 생원이 몸져눕게 되었고, 집에는 쌀이 똑떨어졌다. 생원은 아들을 불러 관가의 뒤로 돌아가서 오른쪽 끝에 보면 작은 구멍이 있다, 그 구멍은 대나무 통으로 막혀있는데, 대나무 통을 끄집어내면 그 안에 하루치의 쌀이 있으니 가져오라고 일렀다. 아들이 실제로 가보니 꼭 하루치의 양식이 통 안에 담겨있었다. 그러고는 며칠 후에 이 생원이 저세상으로 갔다. 아들은 밤이 어두워지면 하루치의 양식을 가져와 먹다가 어느 날부터는 욕심이 생겨서 이틀 치를, 또 사흘 치를 가져왔고, 결국 창고의 쌀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본 관리에게 잡혀 매를 맞고 투옥되었다.


  누구나 아시겠지만, 이 이야기의 교훈은 욕심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하루치의 양식을 계속 가져다 먹었다면 거의 표시가 나지 않아서 양식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욕심을 내어서 많이 가져다 먹는 바람에 패가망신했다는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더러 보인다. 욕심을 내 투자를 하다가 망한다거나 과격한 운동을 해서 오히려 몸을 망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가 보인다. 바로 도덕적인 문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생원은 관가의 물건에 손을 댄 것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지 않은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이 생원이 그 쌀을 가져옴으로써 그는 평생 거기에만 머물렀다. 만일 그가 하루치 쌀을 가져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창고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이 맡은 일을 잘했더라면 창고지기라는 지위에서 끝나지 않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갔을 터인데, 그는 매일 하루치 먹을 것을 훔쳐 오는 일에 더 집중했다. 결국 자신은 원래 자신이 가졌을 어떤 꿈을 펼쳐보지도 못했고, 쌀을 훔쳐 온 벌로 자식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현재만을 살았다. 미래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 그는 자식들도 자신이 한 것처럼만 하면 평생토록 먹을 걱정은 하지 않고 살 것이라는 데 안주하고 말았다. 우리는 오늘을 살지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오늘 하루를 잘 사는 일이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는 것이다. 


  아내는 박봉의 월급을 쪼개어 적금도 들고 있다. 또, 적은 액수라도 주변에 기부하는 일을 놓지 않는다. 자선단체에 매달 적은 금액이지만 수십 년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늘 미안해하는 것 같다. 비록 먹는 쌀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후원 어린이의 나아지는 생활을 보내오는 엽서에서 '행복'이라는 쌀이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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