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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생 Feb 14. 2024

혹부리 영감에게서 배운다

  어린 시절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면 꾀병을 부렸다. 괜히 나지도 않는 열이 난다고 끙끙 앓으면 이마에 손을 대어보신 어머니는 어김없이 몽땅 빗자루를 들었다. 멀쩡하게 잘 일어나서 등교 준비를 하던 동생들도 덩달아 혼이 났다. 덕분에 학창 시절 12년을 개근했다. 가끔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먹이면 오십 중반에 들어선 친구들 대부분이 자신들도 그렇다고 한다. 그만큼 성실함을 덕목으로 여겼던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아주 잘 아는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있다. 

  혹부리 영감의 직업은 나무꾼이었다. 그래서 그는 매일 나무를 하러 갔다. 찬 바람이 불던 어느 날, 추운 겨울을 보낼 생각에 해지는 줄도 모르고 나무를 했다. 그러다가 노루 꼬리만큼 짧은 날이 쉬이 저물어 버려 그만 길을 잃고 산 중턱에 있는 어느 빈집에 들어갔다. 산중에 혼자 있으니 너무 무서워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때 도깨비가 나타나 “너의 그 구성진 노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하고 물었다. 벌벌 떨고 있던 혹부리 영감은 “바로 이 혹에서 납니다요.” 했다. 그랬더니 도깨비는 혹을 떼가고 보답으로 도깨비방망이를 주었다. 그래서 그는 병도 고치고 부자가 되었다. 그 소식은 온 동네에 금세 퍼졌다. 이 소문을 들은 다른 마을의 혹부리 영감이 똑같이 따라 했다. 나무를 하는체하고는 날이 어둡기를 기다려 그 빈집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과연 소문대로 도깨비가 나타났고, “네 노래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하고 물었다. 그래서 그는 “이 혹에서 나옵지요.” 했다. “어허, 이놈 봐라, 전에도 어떤 놈이 그러더니 이놈도 거짓말을 하네.”하고는 도깨비가 이전 혹부리영감의 혹을 도로 붙여서 두 개가 되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진솔하게 말한 혹부리영감은 부자가 되었고 거짓부렁을 한 혹부리영감은 혹을 하나 더 달게 되었다. 하지만 옛이야기가 전하는 매력은 따로 있다. 누구나가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혹부리영감이 제일 잘하는 일은 나무하는 일이었다. 그는 나무하는 일을 자신의 천직으로 알았다. 비록 힘은 들었지만, 그는 나무하는 일을 즐겁게 했던 것이었다. 그러니 해지는 줄도 모르고 나무를 하지 않았을까? 그 결과 자연스럽게 복이 철철 굴러들어 왔다. 


  이웃 마을의 또 다른 혹부리 영감의 직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상상컨대 그는 그런대로 먹고사는 혹을 단 사람이었지 싶다. 그는 도깨비를 만나 부자가 된 사람처럼, 나무하는 척을 했다. 그러니 일이 될 턱이 있겠는가? 억지로 하는 일은 잘 될 리가 없다. 만약 두 번째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찾아간 이유가 평생 달고 다니던 혹을 떼는 것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지 싶다. 그가 도깨비를 만나서 간절하게 거추장스럽고 흉한 혹을 떼러 왔다고 했다면 병을 고치는 기적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혹을 떼는 것보다는 재물에 욕심이 있었다.

 

 주변에 보면 하는 일마다 망하는 사람이 꼭 있다. 그런 사람에게서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성공하는 사람보다 ‘덜 간절하다.’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잘하는 일은 하지 않고 허구한 날 누군가가 뭘 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따라쟁이처럼 그걸 따라 하니 늘 한발 늦는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어떤 주식을 사서 누군가가 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올라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님이 틀림없다. 욕심낼 일이 아니다. 아마도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면 큰 재산은 쌓지 못하더라도 먹고 살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 싶다. 혹시 아는가, 그렇게 성실하게 살다 보면 어느 날 도깨비가 쓱 나타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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