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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생 Feb 16. 2024

확 『맹자』를 읽혀 버릴라!

 

 주변에 보면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러있다. 지금 하는 일보다도 다른 일을 꿈꾸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나처럼 평범한 위치에서 보면, 썩 괜찮은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친구도 보인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사회에서도 초년생들의 퇴사가 많다고 한다. 수년간 공부해서 그 어려운 경쟁력을 뚫고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분명 각자가 처한 현실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군대 얘기가 나오면 누구나가 다 고생했으며 편한 군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는 손에 꼽을 정도니까 만족(滿足)에 이르는 길은 무한히도 멀다고 하겠다.


  옛이야기가 있다. 더운 여름날 아침 양반집 주인이 대청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공자왈 맹자왈 하고 있으니까 마침 소를 몰고 가던 하인이 그 꼴을 보고는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며 팔자타령을 했다. 마침 이 말이 양반의 귀에 들렸다. 즉시 양반은 그 하인을 불러서 오늘부터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하인은 얼씨구나 하면서 버선에, 도포에, 두건과 갓을 쓰고는 책상에 앉아서 까막눈으로 글을 보았다.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아서 망건을 쓴 머리가 가려워지고 양반다리에서는 쥐가 나고 버선발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인은 주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소를 몰고 나가서 밖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며 내뺐다. 그런데 소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인이 벌컥 화를 내며 소에게 말했다. “너, 이렇게 말 안 들으면 나에게도 생각이 있어, 이놈아, 대청마루에 앉혀놓고 확 『맹자』를 읽혀 버릴라!”


  재미있는 이야기다. 아마도 어느 양반이 양반 체면에 뜨거운 여름날 두건을 벗지도 못하고 도포를 입고서 글을 읽다가 지나가는 하인의 시원한 차림을 보고서 적은 글이지 싶다. 양반은 하인의 자유로운 차림새와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행동거지가 부럽고, 하인은 일도 하지 않고 평생을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글이나 읽는 선비가 부럽다는 내용이다. 서로가 상대의 처지가 돼보지 않았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다.


  옛말에 ‘용은 여의주를 물고 놀고, 쇠똥구리는 쇠똥을 굴리면서 살아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쇠똥구리에게 여의주를 준다면 쇠똥구리는 필시 그 여의주에 깔려 죽을 것이고 용이 쇠똥을 물고 논다면 너무나도 씁쓸할 것이다. 잘못 들으면 높은 곳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아라, 라는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 글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만족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그 길을 무턱대고 따라가다가는 만족하지 못하고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말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현재의 삶에 만족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만약 스스로 자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맹자』를 술술 읽는 척해야 한다. 그보다 더 괴로운 일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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