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 방뇨하면 벌금이 10만 원이란다. 그런데 노상 방뇨가 요즘은 노상 방뇨로만 끝나지 않는다. 담벼락에 볼일을 보는 경우엔 그 집의 담벼락이 훼손되니 재물손괴죄가 붙게 된다. 만일 누군가가 그 모습을 보고 성적인 수치심을 느낀다면 공연음란죄가 추가된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급해도 볼 일은 화장실에서 봐야 한다. 무엇이든 때와 장소가 있으니 잘 가려야 한다. 옛날에는 노상 방뇨하면 귀신이 나타나서 타일렀다.
이덕형의 『죽창한화』에 장미 귀신 이야기가 있다.
이덕형의 친척인 김 공은 인왕산 밑에 살았는데, 그 집 마당에는 장미가 환하게 피어 담을 감싸고 있었다. 김 공은 장미를 보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그때 꿈에 누런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 김 공에게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 “제가 주인의 집에 들어와 대대로 살아오면서 근심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주인의 아들이 무례하여 더러운 물을 나에게 끼얹고 온갖 욕설과 입에 담지 못할 일들을 행합니다. 아들을 해할까 하다가 이렇게 주인께 말씀드립니다.”
과연 김 공이 아들을 살펴보니 꽃나무에다가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젊고 힘이 좋아 꽃나무 위쪽까지 오줌을 누니 꽃들이 다 시들어졌다. 김 공은 아들을 꾸짖고 물을 길어와 꽃나무를 정성껏 씻어주었다.
자연 사랑에 대한 조선의 선비 이덕형의 글이다. 이덕형은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한음(漢陰)’이다. 한음이 친구인 김공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장미에 소변을 보는 아들을 꾸짖는 내용이다. 요즘엔 집집에 화장실이 하나 아니면 두 개씩 있어서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7, 80년 대만 하더라도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집도 상가건물의 한쪽을 세내어 살았는데, 대여섯 집이 화장실 세 칸을 공동으로 사용했다.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 줄을 서는 일이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다. 김 공의 아들은 화장실 가기가 쉽지 않았으므로 대충 볼 일을 마당에다 보았는가 본데 장미꽃 위로 소변이 뿌려졌다. 그걸 보다 못한 장미가 귀신이 되어 김 공의 꿈에 나타나서 아들을 꾸짖어 달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 번 더 읽어 보면 전혀 다른 뜻이 있다. ‘힘이 좋아 꽃나무 위쪽까지 오줌을 누니 꽃들이 다 시들어졌다.’라는 부분은 장미꽃에 대한 보호가 일견 들어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들의 욕정에 대한 경계가 들어있다. 다 큰 아들이 동네에 있는 여자들을 탐하니 잘못하다가는 구설에 올라 집안 망신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장미 귀신이 나타나 김 공에게 속히 조치하라고 한다. ‘온갖 욕설과 입에 담지 못할 일’이란 아들의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말이고,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에 직접 아들을 해하겠다.”라는 표현은 준엄한 경고라 하겠다. 그 말은 아들을 미리 훈계하고 단속하라는 말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015년에 건물 3층 높이의 가로등이 노상 방뇨로 인해 부식되어서 넘어진 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내 1만여 개의 가로등을 점검하는 일도 있었단다. 이탈리아에서는 노상 방뇨 벌금을 수천만 원을 매긴 긴다고 하니 절대로 길거리에 볼일을 보는 일이 없지 싶다.
예전에는 전봇대가 화장실 역할을 많이 했다. 술을 먹고 급한 김에 전봇대를 많이들 찾았다. 전봇대 지중화 사업으로 전봇대가 점점 지하에 묻히고 나서 그런지 노상 방뇨가 많이 사라졌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런 적이 있어서 여간 부끄럽지 않다. 전봇대 귀신을 만나지 않고 진작에 그런 일은 그만두었으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