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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02. 2016

#8.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서툴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서툴다'는 함정에 빠진다. 나 역시도 그랬고, 그도 그랬다.


우리는 서로에게 서툴렀고, 함께 하는 모든 것에 대해 서툴렀다. 전 편에서 이야기했 듯 처음은 뭐든 아름답지만, 그 서툼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다. 보통 여자들과 달리 걸걸한 성격이라 남자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한살 아래인 남동생의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동생들이라 친동생처럼 챙겨주려 노력하고 술자리도 이따금씩 가졌다.


연애 초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같은 성격은 상대방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물론 나도 그에게 빠져있었지만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나에겐 챙겨야 할 의무감이 있었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 오랜 기간 친하게 지낸 친구들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술자리는 길어져만 갔고 과도한 술은 나를 걱정하고 있을 그를 지우게했다.


처음으로 그와 크게 다퉜다. 무사히 귀가했지만 내 혀는 이미 꼬인 상태였고 시간도 자정을 넘겼다. 그는 술을 좋아하는 여자를 싫어했다. (지금도 가끔 다툴 일이 생기는데 대부분 원인은 술이다)


그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내 잘못이다. 아무리 즐거운 자리였어도 그가 모르고 있는 나의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그가 반길리 없었다.


이런 올바른 생각은 꼭 술이 깬 뒤에야 하게된다. 화가 난 그는 이틀간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지금의 나라면 당장 그에게 달려가 온갖 애교를 섞어가며 내 잘못을 시인했을테지만 10년전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 서툴렀던 방식으로 난 내 자존심을 지켰고 결국 난 그에게서 '헤어지자'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카카오톡 출시 전이었다) 놀란 나는 그제서야 그에게 전화를 했고 우리는 만났다.


그는 역시나 솔직했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서운했던 감정을 쏟아냈다. 나 역시 미안함을 표현했다. 헤어짐이라는 위기에 봉착했던 우리는 어느새 여느 커플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소소한 다툼을 하고 있었다. 금새 풀릴 소소한 다툼이었다.


연애 시작 몇개월만에 우린 같이 느꼈다. 헤어지자는 단순한 말은 실제 우리를 이별로 끌어내릴 만큼 대단한 표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날 이후 우리는 10년간 단 한번도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 말 대신 서로에 대해 서운했던 감정을 보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데 주력했다.


아무리 서로 다르다해도, 설사 그 다름이 크다고 해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우리는 서툴렀지만 그 서툼이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그 서툼이 그리울 정도로 우리는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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