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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02. 2016

#7.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뭐든지 처음은 아름답다


해가 바뀌고 그와 함께 하기 시작한 2007년.


그와 새롭게 시작한 새해 첫 날과 첫 발렌타인데이, 첫 생일, 첫 휴가는 모두 아름다웠다.


그가 받고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면 밤새 집에서 만들었던 초콜릿 한 상자. 예쁘게 만들고 포장하고를 반복하고 나니 새벽 3시쯤 상자는 완성됐다. 그가 이걸 받고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줄 때 극도로 표현된다.


당시 그는 일하던 카페에서 나와(사장님께서 문을 닫으셨다) 직장을 구하는 취준생이었다. 그는 당시 25세. 대학을 가지 않은 그에게 취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결국 그는 친형이 운영하는 사인몰에서 일하게 됐다.


출근시간 9시. 초콜릿 상자가 완성된 시간은 새벽 3시. 자고 일어나 그의 퇴근 시간에 건내주기까지는 내 인내심이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오전 7시에 알람을 맞추고 잠깐 눈을 붙였다.


해가 뜨자 나도 눈을 떴고 나의 발걸음은 설렘과 함께 그의 출근길을 향해갔다. 그의 사무실 근처에서 기다리던 중 그에게 전화가 왔다. 출근중이라는 전화였다. 최대한 자다 깬 느낌으로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한 20분정도 지났을까. 낯익은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의 앞에 다가갔다. 깜짝 놀란 그는 미처 생각치 못한 장소에 서 있는 날 보며 당황스러워 했지만 금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감동에 약한 남자다.


정말 생각도 못했다고. 너무 감동이라고. 고맙다는 말만 약 백번 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나는 배로 기뻤고, 배로 감정이었으며 배로 고마웠다. 작은 것에 기뻐해주는 그가 너무 좋았다.


그 해 우리는 첫 커플시계, 첫 커플 핸드폰, 첫 선물 등을 나눠가졌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연애초기의 감정을 우리도 만끽했다. 그는 10년 전이나 10년 후인 지금도 사소한 것 하나에 감사하고 그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 내 감정까지도 행복하게 해준다.


우리의 처음은 모두 아름답다. 받았던 선물을 또 받았다고 해서, 똑같은 장소에 또 한 번 갔다고해서 처음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 순간은 모두 우리의 처음이고, 그와 함께하는 새 하루하루는 모두 처음이다.


난 지금 이순간도 아름다운 처음을 그와 함께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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