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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04. 2016

#9.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사랑해'라는 말의 힘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도, 가족간에도, 친구들과의 우정 속에도 '사랑해'만큼 가슴떨리는 단어는 없다.


사랑한다는 말이 이처럼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어떤 말보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데, 즉 표현하기까지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 역시 그 마음을 입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나 역시도 그랬다. 쉽지 않았던 만큼, 우리는 말이 아닌 글로 먼저 그 마음을 표현했다.


연애 시작 후 1년간은 우리에게도 풋풋한 로맨스가 있었다. 그는 꽃 선물 뿐만 아니라 편지도 자주 선물했다.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에는 나를 생각했던 그의 소중한 시간들이 모두 담겨있다.


편지 말미에는 언제나 '사랑해'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당시 내가 읽었던 사랑해 라는 글귀는 내가 직접 그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줬고, 우리는 이내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아주 많이 할 수 있게 됐다.


사춘기 시절 소녀들은 간혹 '사랑해'라고 쉽게 말하는 남자는 바람둥이, 진정성이 없다고 말한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 없이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보이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다. 진정성이 없는 '사랑해'는 그 사람의 인격과 가치를 추락시킬 수 있지만 그 반대일 경우 효과는 배가 된다.


사랑해 라는 말에 담긴 의미와 힘은 그 말을 귀에 담아 듣는 사람이 분명히 판단할 수 있다. 난 그의 '사랑해'에서 따뜻함을 느꼈고, 나 역시 똑같은 의미와 감정을 담은 '사랑해'를 전달할 수 있었다.


10년 후인 지금, 우린 10년전 그의 편지 속 '사랑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사랑해라고 말한다. 정해진 시간은 없다. 매순간 내가 아직 그를 사랑하고 있구나 라고 느껴질 때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감정이 입밖으로 표현되는 시간은 10년전에 비해 매우 단축됐다. 하지만 그 의미는 변질되지 않았다.


연애에 있어서 이 같은 말과 표현은 아낄 필요가 없다. 사랑을 함에 있어 분명 아낄 것들이 많겠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매일, 매순간 해도 나쁘지 않다.


'사랑해'가 지닌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다. 그에 대한 서운함과 미움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이 세글자에 무너진다.


그래서 난 오늘도, 지금 이순간도 그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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